거제 계룡정 사두 주득보

오는 6월11일 전국의 남녀 궁도인이 거제를 찾는다. 참가선수가 1700명이다. 제55회 옥포대첩 기념제전을 기념하는 제17회 거제시장기 전국 남녀궁도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 행사는 거제시궁도협회가 주최하고 거제의 4곳 궁도정(弓道停) 중에서 계룡정이 주관한다. 덕택에 올 3월 계룡정에 취임한 주득보(64·사등면) 사두가 이 행사의 추진위원장으로 진두지휘를 맡았다.

주 사두는"지난 17년 동안 궁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대에서 30·40대 젊은층이 많이 유입되면서 남녀의 구별이나 연령의 편중이 사라졌다. 궁도가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 같이 공유하는 스포츠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고 총평했다. 또 "많은 인원이 모이는 만큼 행사가 순조롭게 치러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짧지만 강한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60명의 회원이 속해있는 계룡정의 수장 주득보 사두는 거제 출생으로 22년째 활을 잡은 궁도인이다. 올 3월 사두로 취임했지만 8년간 부회장을 했던 행사 실무자다. 계룡정에 입회하고 17년 동안 무던히도 대회란 대회를 찾아다녔다. 그러면서 관련 인맥을 넓혔고 거제의 궁도, 계룡정을 알렸다.

그렇게 준비한 시간들이 17년이 되었고 지금은 자신이 일선(一線)에 섰다. 그는 "우리는 다른 지역대회를 참가하지 않으면서 전국대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힘써왔다. 17년의 시간 동안에 길을 닦았고 이제 그들이 온다"며 "조그만 대회가 아니므로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되는 행사"라는 말로 긍지를 드러냈다.

평소 '덕이 참 많은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는 주 사두. 우리네 부모처럼 삶의 굴곡이 깊고 짙다. 14살 어린 나이에 불의의 사고로 아버지와 형님을 잃고 소년가장이 됐다. 4명의 동생과 어머니. 당시 그의 소원은 배만 굶지 않는 것이었다.

다만 하늘에 감사하다면 건강한 신체였다. 17살이 됐을 때는 어른의 몫을 할 수 있을 만큼 건장했다. 그는 악착같았다. 번 돈으로 땅을 사고 동생들을 교육시켰다. 농사도 짓고, 과수원도 하고 배도 탔다. 그렇게 앞만 보다보니 남들이 말하는 살만한 사람도 됐다.

그러나 고난의 삶은 끝나지 않았다. 37살이 되던 해 열 살배기 아들이 홀연히 그의 곁을 떠났다. 세상이 멈춘 기분이었다. 떠난 자식의 자리에 남는 것은 삶에 지쳐 평소에 함께 하지 못했줬던 아비의 미안함이었다. 같은 아픔을 겪었던 어머님의 위로만이 가슴을 적실뿐 아픔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흉터로 자리 잡지 못하고 그를 아프게만 했다. 그때 그의 손에 잡힌 것이 활이다. 집 과수원 안에 과녁을 하나 만들고 혼자서 익혔다. 직접 깎고 다듬고 쏘며 마음을 잡았다. 불의불식간 궁(弓)은 그의 마음에, 손 안에 굳은살을 만들며 상처를 덮어줬다.

그래서인지 그는 안다. 그냥 느낀다. 아픈 이의 마음을. 그래서 조금 손해보려한다, 그래서 조금 챙기려 한다. '내가 대우를 받으려면 그 사람을 대우해주고. 존경받길 원한다면 존경해줘라'는 말을 마음에 새긴다.

그러니 그 마음이 부메랑이 되어 다시 돌아온다. 사람들이 말하는 '당신은 덕이 참 많은 사람이다'는 이런 아픔이 만들어준 삶의 보람이다. 이 '덕' 많은 사람이 치뤄낼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는 것이 어쩜 당연하리라.

'오늘은 나의 가장 젊은 날이고, 좋은 날이다'라는 신조로 하루를 보낸다는 주 사두. 직접 아파보고 알게 된 삶의 진리가 야속하면서도 감사하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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