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성 본지 대표

▲ 김동성 본지 대표

장미대선으로 불린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거제도(巨濟島) 출신 문재인 후보가 41.1% 득표율로 대한민국의 19번째, 인물로는 12번째의 대통령으로 당선 됐다. 김영삼 대통령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까지 거제 섬에서 대통령이 둘씩이나 배출 된 것이다.

대통령의 인기만큼 전국의 관심이 거제로 쏠린다. 문 대통령의 역사를 밟고 싶은 국민도 있을 것이며, 거제의 기(氣)를 받고자 하는 선남선녀도 있을 것이다.

증명이라도 하듯 문(文) 대통령 당선 이후 명진리(里)를 찾는 관광객은 주(週)중엔 1000여명, 주말엔 2000여명 이상에 달한다. 조선업의 침체 이후 새로운 관광 인프라를 고민하던 거제시의 입장에선 문 대통령의 당선은 명진리를 새로운 관광명소로 만들었고 거제시에는 복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셈이다.

거제도와 문재인 대통령의 관계를 살펴보면 솔직히 문 대통령의 고향을 거제도라 말하기는 다소 어려운 점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말하는 고향의 의미와는 차이가 있는 출생지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흥남철수작전이 있었던 1950년 12월15일부터 동월 23일, 함흥출신의 부모(부 故 문용형·모 강한옥)도 이때 철수작전의 배에 올라 거제도로 왔다. 1953년 1월 그는 그렇게 동부면 명진리(현 거제면 명진리)에서 태어났다. 당시 피난민 가정의 삶의 고생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고 집이란 것도 토담집에 불과했다.

많은 피난민들이 그러했듯 유년기를 거제에서 보낸 문 대통령은 부산으로 떠나간 피난민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 피난민의 한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소식에 도로도 좁고 주차장과 화장실도 없는 명진리 마을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로 인해 생긴 불편함을 사람들은 거제시에 호소했고 거제시는 대책 마련과 함께 문 대통령 생가 복원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자 청와대는 지난 18일 서민친화형 문 대통령이 성급한 생가복원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밝혀 왔다. 이에 거제시는 관광객의 불편과 시민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생가복원은 시간을 두고 여건을 보고 추진하겠다는 성명서를 내 놓았다. 청와대의 한마디에 거제시의 행정은 소신대로 처리할 문제를 눈치 보기에 급급한 것 같다.

거제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출생지의 관광 상품화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건 우리 지자체의 권한이다. 단지 생가복원이 문 대통령의 성역화 작업이 아니면 된다. 탈(脫) 권위, 친(親) 서민 대통령의 이미지에 누(累)가 되지 않게 추진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다만 부탁이 있다면 출생지에 대한 검증과 고증이 철저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아직도 대통령의 출생과 당시 생활에 대한 기억을 가진 분들이 많다. 동부면 명진리가 출생지이고 남정마을엔 살지 않았다는 증언이 있는가 하면 문 대통령의 생가 옆에 작은 소류지가 있었고 소류지와 생가는 농지 개량 사업으로 벌써 논으로 바뀌었다는 증언도 있다.

50여년 만에 금의환향 해 찾아온 출생지가 검증과 고증이 잘 못 됐다면 거제시는 문 대통령을 팔아 엉터리 관광 상품을 개발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두 명의 대통령을 탄생시킨 거제도에 살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지 않은가. 계룡산(鷄龍山) 자락과 대계(大鷄)마을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공통점인 '닭 계(鷄)'자의 풍수지리적인 명당 설(說)까지.
거제는 분명 나라를 구한 평화의 섬이요 역사의 섬이다. 거제관광 행정도 생각의 틀만 깬다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생가와 문 대통령의 생가를 연계한 거제만의 독특한 관광 전략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옥포에서 대계까지 가는 도로명을 '김영삼로' 로, 거제면에서 명진리까지 가는 길을 '문재인로'로 변경하고 피난민들과 포로수용소 이야기, 김영삼 대통령 어머니의 무장공비 살해사건 등을 연계해 볼거리와 읽을거리·이야기거리를 개발하며 거제만의 독특한 관광 상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생가가 탈권위 친서민 대통령의 이미지에 누가 되지 않는다면 조선 불황의 늪에서 조금이나마 경기 활성화에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 지자체는 생가 복원사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누구의 눈치 볼 필요 없이 차근차근 거제 시민을 위한 행정을 해 나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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