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호고 뭐고 아무것도 필요가 없네, 이렇게 막무가내라니."

김정호(23·고현동)씨는 브레이크를 밟고 한참을 서 있었다. 분명 파란불에 출발했지만 지금이 파란불인지 빨간불인지 모르겠다.

청소년수련관 부근에 도착하자 양방향 모든 차들이 '서시오'다. 청소년수련관 안에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온 어르신들의 행렬이 차선을 가로질러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횡단보도가 없는 차선을 건너는 어른들의 눈은 앞으로만 향해 있다. 좌우를 돌아보질 않는다. '올 테면 와라' 식의 행진이 5분을 지났다.

인파가 빠져나가길, 좀 끊어지길 기다릴 뿐이다. 그나마 횡단보도로 걷는 분들은 낫다. 횡단보도가 아니라도 지금 아님 길을 건널 수 없다는 식의, 어르신들의 서두름으로 인한 질주본능은 운전자들을 더 긴장시킨다.

특히 이 부근은 거제시체육관과 거제시노인회·여성회관·청소년수련관 등이 밀집해 있어 거제시의 작고 굵직한 행사는 이곳에서 거의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석자의 연령대도 높고 넓다.

김씨는 "어찌된 영문인지 신호등에 신호가 있어도 차가 적다고 판단이 서면 무리를 지어 건너다니기가 일쑤고 신호가 바뀌어도 건너는 것을 멈추질 않는다"고 격앙돼 말하며 "정말 막무가내다. 지난해에도 어르신이 무단횡단을 하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일들이 있었다. 운전자나 피해자 모두에게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행사 주최 측에 쓴 소리를 보냈다.

그는 "어른들의 성향을 알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행사 주최 측이 힘이 들더라도 끝까지 마무리를 해야 한다"며 "즐거운 행사가 무단횡단으로 끝나지 않도록 한 두 사람이 밖으로 나와 안내를 해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한다면 모두가 행복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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