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서 첫 휠체어마라톤대회, 500여명 참여

"8번 선수 결승선 들어오다가 어디로 가나요?"

제1회 거제시장배 휠체어마라톤대회 사회자의 당황해하는 목소리에 관중의 시선도 8번 선수에게 향했다. 일반인들도 꾸준한 속도로 달리기 쉽지 않은 길이인 5㎞. 하물며 팔의 힘에만 의지한 채 휠체어를 끌고 오는 선수는 얼마나 힘들까.

5㎞ 일반 마라톤 부문에 참여한 8번 선수가, 휠체어 마라톤 5㎞ 경쟁 부문에 출전한 A씨가 마지막 200m를 남겨놓고 힘들어하자, 결승전을 앞에 두고 되돌아가 뒤에서 휠체어를 밀어준다. 밀어주는 8번 선수도 도움을 받은 선수도 힘들지만 웃음이 나오는 이유다.

경쟁보다는 함께 어울림에 의의가 있다는 행사의 취지는 출전하는 선수들이 그 의미를 알렸다. 5㎞를 휠체어로만 달린 것이 힘들지도 않았는지 결승전에서 다시 발걸음을 돌려 함께 바퀴를 돌리며 격려해주는 모습은 곳곳에서 보였다.

힘들어하는 동료 선수에게 "힘내라", "할 수 있다"를 외치며 다시 힘을 낼 때까지 기다려주는 선수들도 있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 뛰는 5㎞ 어울림 부문에는 치열하게 경쟁하는 성적우선주의 대회가 아닌 서로의 안전을 챙기고 양보하고 격려하며 함께 달렸다.

이는 행사를 주최한 김희천 경남지체장애인협회 거제시지회장도 강조했다. "매년 타 지자체에서 개최하는 휠체어 마라톤 대회에만 참석했는데 우리의 생활 근거지인 아름다운 거제면을 배경으로 이 행사를 열게 돼 자랑스럽다"며 "휠체어마라톤대회는 생활체육을 다양하게 즐기지 못하는 장애인과 신체적 장애에 대해 비장애인이 되돌아서 생각해보고 이해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휠체어마라톤 5㎞ 경쟁 남자부문에서 우승한 박양남씨(진주시)도 경쟁보다 도전에 의의를 뒀다.

박씨는 "성적보다 도전하는 나, 그리고 그것을 이룬 성취감이 더욱 큰 대회"라며 "이 대회에서만큼은 장애인이 도움만 받는 존재가 아닌 다리가 불편한 나도 힘들어 뛰지 못하는 비장애인들을 격려하며 도움을 줄 수 있어 자존감을 키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같은 부문에서 경쟁했던 선수들이 다 들어올 때까지 결승점 지점에서 응원하고 격려했다.

한편 제1회 거제시장배 휠체어마라톤대회는 경상남도에서 처음으로 유치된 휠체어마라톤대회로 지난 13일 거제면 스포츠파크에서 열렸다. 500여명의 선수와 자원봉사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권민호 거제시장, 반대식 거제시의회 의장, 김성갑·진양민·최양희 거제시의원이 자리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데 어울리는 축제의 장에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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