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두철 칼럼위원

▲ 강두철 거제아동병원 원장

얼마전 어린 아이들에게 예방접종하지 않고 약도 쓰지 않으며, 수두파티등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인터넷 사이트 때문에 논란이 됐고 아직 진행중인 이야기이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보기엔 위험한 행동이라 예방접종에 대해 얘기해보려 한다.

깨끗한 식수의 공급, 항생제 및 백신의 개발은 인류의 평균수명 연장과 건강증진에 공헌했다.

예방접종은 위험한 질병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고 전염력이 있는 세균감염의 전파를 감소시켜 지역사회를 보호해준다. 즉 한 집단내에서 특이 질환에 대한 면역력이 높다면 지역사회로 전염되는것을 막아 면역되지 않은 사람들까지 보호해주는 집단면역에 의한 방어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면역된 사람의 비율이 낮아지면 병원체의 집단내 감염이 쉬워지고 전염의 전파속도도 빠르게 진행된다. 그러므로 집단면역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어느정도 수준의 예방접종률에 도달해야만 집단면역으로써 효과를 발휘해 질병의 발생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

고립된 섬지역에서 70여년만에 발생한 홍역이 유행시 78% 정도가 앓고난뒤, 즉 22% 정도의 앓지 않은 사람이 남았을 때에도 홍역유행이 사라진 사례등를 보면 그러하다.

즉, 내 아이를 자연 친화적으로 키우고 싶다는 욕망은 내 아이뿐만 아니라 내 아이가 속한 사회집단의 다른 아이들까지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인 것이다.

1988년 WHO(세계보건기구)보고에서 예방접종률이 5%인 제3세계에서 출생사망률이 약 86% 정도 이며 5세 이하 어린이 사망률은 약 96%로 매우 높다. 이 당시 가장 가난한 40개국의 평균수명이 약 48세(2011년 기준 우리나라 남자 77.6세·여자 84.4세)이며, 1세 이하 영아의 1000명당 사망자수는 130명이었으며 당시 우리나라는 12.8명 이었다.

2017년 WHO 홍역에 관한 보고서에 의하면 과거 값싸고 효과가 좋은 백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많은 아이들이 홍역으로 사망하였다.

2015년 전세계 데이터를 보면 매년 홍역으로 134,200명이 사망하는데 이것은 매일 367명 또는 매시간마다 15명이 사망하는 속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백신이 보급돼 2000년과 비교해 보면 접종률이 73%에서 85%로 올라가 이로 인한 사망을 79% 정도 떨어뜨려 약 15년간 2000만명의 아이들의 목숨을 구하는 결과를 보였다.

▲ 천연두에 걸린 방글라데시어린이,1973년.

조금 나이드신 분들은 마마, 또는 손님이라는 질병을 기억할 것이다. 바로 천연두(smallpox)다. 유아 사망률은 약 50~80% 정도가 될 정도로 무서운 질환이었으며 생존하더라도 온몸에 곰보자국을 남기는 몸서리치지는 질환이었다.

그러나 1796년 영국의 에드워드 제너가 백신접종의 효과를 입증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1882년 지석영에 의해 처음 시도됐다. 이후 세계 여러나라와 WHO 등에서 시행된 접종으로 감염자가 줄어들어, 드디어 1980년 5월8일 WHO는 천연두의 완전퇴치를 선언했다. 이처럼, 예방접종은 언급한대로 인류 건강과 평균수명 연장에 공헌해 왔다,

또한 접종은 집단면역 측면에서 보면 내 아이 하나가 아니라, 내 아이가 속한 집단의 다른 아이들의 건강을 담보해주는 중요한 약속인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어린이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NIP·National Immunization Program)으로 중요한 필수 접종을 무료로 받게 됐다.

우리 모두가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과학과 이성의 테두리안에서 예방접종에 참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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