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결집으로 한국당 선전…세대간 대결로 양강구도 형성

거제를 포함한 대한민국이 둘로 쪼개졌다. 젊은 사람들은 문재인을,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홍준표를 찍었다. 문재인은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은 도시지역을, 홍준표는 그 반대인 농촌지역을 서로의 정치적 영토로 가져갔다.

일단 개표는 싱거운 게임이었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2위 홍준표 후보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문 대통령은 최대 표밭인 수도권에서 앞섰고 동남권에서는 역사적인 진격을 보여줬다. 홍 후보의 추격을 의식한 듯 호남도 '친문'의 길을 택했다.

개표가 불과 0.3% 이뤄졌을 때 지상파 방송 한 곳에서는 '당선 유력'을 발표했다. 도시보다 농촌의 개표진행이 빨랐던 탓에 밤이 깊어질수록 격차가 벌어졌다. 문 대통령은 홍 후보를 557만951표차로 따돌려 역대 최다 표차로 당선했다.

부모는 홍준표, 자녀는 문재인 선택

이번 대선은 세대 간 대결이었다. 출구조사는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후보에 투표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말한다. 30대의 8.6%만이 홍준표 후보를 지지했고, 60대의 24.5%만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표를 줬다.

지역패권은 옅어졌다. 득표수의 차이가 있을 뿐 상위 5명의 후보가 대체로 전국에서 고르게 표를 얻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는 낙선의 아쉬움을 말해달라는 기자에게 "전국적으로 고르게 적은 표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농담을 건넸다.

거제 또한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시지역에서 승리했고 홍준표 후보는 농촌지역에서 이겼다. 문 대통령이 출생했다는 거제면도 예외는 아니었다. 거제 역시 이번 선거가 세대 간 대결구도로 흘러간 까닭이다.

거제도 '동문면홍(洞文面洪)' 현상…연고주의는 퇴색

거제지역 18개 면·동 가운데 문 대통령은 9개(장승포·능포·아주·옥포1·옥포2·장평·고현·상문·수양) 동에서 1위를 차지했고 도시화율이 높은 연초면(39.59%)에서도 홍 후보를 4.95%포인트 앞섰다. 홍 후보는 8개(일운·동부·남부·거제·둔덕·사등·하청·장목) 면 지역에서 문 대통령을 따돌렸다.

연고주의가 힘을 쓰지 못하면서 문 대통령은 거제면에서 홍 후보에게 졌고, 자신의 지역구였던 사상구에서 홍 후보에게 고작 10.2% 앞섰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또한 자신의 지역구 서울 노원병에서 문 대통령에게 밀렸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도 자신의 지역구에서 홍 후보에게 패했다.

자유한국당에서 탈당한 권민호 시장과,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의 연고지에서도 특별한 득표율 변화의 움직임은 없었다.

웃고 있지만 속은 쓰린, 울고 있지만 안도하는 지역정가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거제지역 득표율은 사실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다. 대외적으로 70% 이상의 압승을 목표했지만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었다.

부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김해에서 한국당보다 20%P가량 앞섰고, 양산에서도 10%P 이상, 심지어 군사도시 창원 진해구에서조차 신승했다.

이처럼 '민주당 낙동강 벨트'에서 거제가 기대에 못 미친 성적표를 받음에 따라 변광용 민주당 거제지역위원장의 입지는 다소 약해질 전망이다.

반면 "유세 과정에서 우리 당 시의원들이 빨간 옷을 입으려고 하지 않는다"라고 할 정도로 '지리멸렬'했던 한국당은 지지층을 다시 결집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사실상 양강구도로 좁혀진 이번 대선은 인물도, 정책도, 연고도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내 연령대를 알아주는 세력이 집권해야 한다는 세대 간 '인정투쟁'의 격돌이었다.

전문가들은 노인과 청년이 불행한 나라에서, 일해야 하는 노인과 일하지 못하는 청년이 계속 늘어나는 세태가 투영됐다고 분석했다.

이를 반영한 듯 문재인 대통령도 일자리 창출을 1호 정책으로 선언했다. 새 정부는 12일 공공부문 채용확대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10조 일자리 추경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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