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측, 신호수·운전수 간 의사소통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참사원인 추정
두 대 크레인 모두 상대방이 멈출 줄 알고 그대로 진행…규정인원 있었는지 확인해야

▲ 지난 2일 삼성중공업 김효섭 거제조선소장이 지난 1일 골리앗크레인과 타워크레인 충돌로 발생한 참사와 관련 사고경위 등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7안벽(岸壁) 부근에서 지난 1일 벌어진 참사는 크레인 신호수와 운전수 간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고는 해양플랜트 작업장의 골리앗크레인(높이 90m·폭 150m)과 타워크레인이 충돌하며 발생했다. 골리앗크레인은 해양플랜트 건조시 무게가 많이 나가는 블록이나 모듈을 들어올려 탑재하는 역할을 한다. 타워크레인(높이 50~60m)은 파이프 같은 자재나 용접기 등 설비를 주로 옮긴다.

사고시각 타워크레인은 작업자들을 위한 화장실 오물통 등 작업 설비를 옮기고 샤클을 해체하고 있었다고 알려졌다. 샤클은 물건을 올릴 수 있게 고리가 달린 장치다.

그러다가 골리앗크레인이 북쪽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타워크레인의 팔을 지지하는 쇠줄(와이어)에 걸린 것으로 보인다.

거제소방서 관계자는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이리저리 움직여 부상자가 속출했다"며 "크레인의 팔에 깔린 사람들 다수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해당 타워크레인은 일반 건설현장에서 사용하는 고정식이 아니라 와이어를 감고 푸는 방식으로 팔의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타워크레인이 물건을 올리기 위해 '∠' 모양으로 작업하던 팔을 '―' 모양으로 내렸어야 했다. 평소처럼 95m에서 60m 정도로 팔을 낮췄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어찌된 일인지 타워크레인은 팔을 내리지 않았고, 이 바람에 타워크레인의 팔이 골리앗크레인에 부딪혀 부러졌다. 부러진 타워크레인의 팔은 근로자들이 있던 50~60m 아래 플랫폼 위로 떨어져 참사로 이어졌다.

붕괴사고 순간을 바로 옆 작업장에서 목격한 한 현장 노동자는 "철제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지면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고, 돌아보니 순식간에 크레인 팔이 휘어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신호수와 운전수 간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참사의 원인을 추정했다. 두 대의 크레인이 모두 상대방이 멈추는 줄 알고 그대로 진행했다는 말이다.

작업규정상 골리앗크레인에는 신호원 6명이, 타워크레인에는 3명이 타야 한다. 운전자는 골리앗크레인 2명, 타워크레인 1명이다.

신호수는 무전기 등으로 이동 방향에 장애물이 있는지 주변 상황을 확인해 운전수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크레인의 작동은 비상버튼만 누르면 언제든지 멈출 수 있다. 규정대로 인원이 있었다면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사고의 정확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이목을 끌고 있다.

경찰은 김주수 거제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무전으로 신호를 전달했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를 듣지 못했다는 사람이 있는 등 진술이 달라 면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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