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가 발명되지 않았던 옛날에는 대나무를 얇게 쪼갠 죽편(竹片)에 옻으로 글을 쓰고 이를 가죽끈으로 엮어 책을 만들었다. 죽간(竹簡)이다. 이때 가죽끈을 위(韋·부드러운 가죽 위)라고 부른다. 공자가 주역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가죽끈이 닳아 세 번이나 끊어졌다고 해서 '위편삼절(韋編三絶)'이라는 고사를 남겼다. 죽간은 부피가 커고 무거워 이동이나 보관하기 불편했다.

후한 때 채륜(蔡倫)의 종이 발명은 기록문화의 대사건이다. 채륜은 중국 호남성 시골에서 태어난 영리한 사람이었지만 문벌 없는 청년이다 보니 출세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자신의 생식기를 거세하고 환관(宦官)이 된다. 중국에서는 전한 이후 조정 내부의 업무는 환관들이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똑똑하지만 가난한 젊은이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채륜은 나중에 황실에 필요한 물건을 관리하는 상방령(尙方令)이 된다. 그때 민간에서는 풀솜과 마(麻)가 의복의 주된 원료였는데, 낡은 옷을 물에 담가 두면 흐물흐물 풀어진다. 이를 다시 얇게 펴서 옷으로 재생했다. 채륜은 이 과정에서 힌트를 얻어 '담아 건지는 법'에 의한 제지기술을 완성하게 된다. 그래서 종이를 채륜지라 부른다.

몇 천년동안 종이는 우리생활을 바꿔 놨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 디지털의 발달로 소위 '페이퍼리스(Paperless·종이 없는)'시대가 되고 말았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은 뉴스 소비의 패턴을 급격히 바꾸면서 '종이신문'도 쇠퇴했다. 정부는 2018년도 초·중등 디지털교과서 도입계획으로 책 없는 학교가 된다. 그러다 보니 2015년 우리나라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10명 중 4명이 아예 책을 읽지 않는 최저의 독서율을 기록했다.

그런데 희망적인 것은 최근 영국과 미국에서는 다시 종이책 판매가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영국 출판인협회는 지난해 영국의 전자책 판매는 17% 하락했지만, 종이책은 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전자기기 화면에 대한 피로감 늘어 e북은 2014년 정점을 찍고 하락세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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