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국 칼럼위원

▲ 석진국 거제공증사무소 변호사

공자가 천하를 주유할 때 채나라 국경을 지나다가 뽕을 따는 두 여인을 보았는데 동쪽에서 뽕 따는 여인은 얼굴이 예쁜데 서쪽에서 뽕을 따는 여인은 곰보처럼 얽었다. 공자가 농을 하기를 "東枝璞 西枝縛(동지박 서지박), 동쪽 가지는 구슬 박, 서쪽 가지는 얽을 박…" 서쪽 여인이 공자를 힐끗 보더니 이렇게 대꾸한다.

'乾脣露齒 七日絶糧之相 耳白於面 天下名文之相'(건순노치 칠일절양지상 이백어면 천하명문지상). '입술이 바짝 마르고 치아가 툭 튀어 나온 게, 7일 굶을 상인데, 귀가 얼굴색보다 흰 걸 보니 문장만은 천하에 알려질 만 하겠군...'

공자가 부끄러워 서둘러 길을 떠나는데 채나라 국경에서 포졸에게 잡힌다. 그 포졸은 석방을 미끼로 묘한 숙제를 던진다.

'당신이 정녕 노나라 성현 공자라면 보통 사람과 달리 비범할 터이니, 구멍이 9개 뚫린 구슬을 명주실로 한 번에 꿰어보라.'

공자가 명주실을 잡고 구슬을 꿰는데 며칠 동안 끙끙댔지만 실패의 연속이라, 그 얽은 박 같은 여인에게 제자를 보낸다. 제자가 우여곡절 끝에 그 여인을 찾아 구슬 꿰는 가르침을 청하자 여인은 말없이 양피지에 글자를 적어준다.

'蜜蟻絲(밀의사) 꿀·벌·실.' 글귀를 받은 공자가 탄복하며 꿀과 실과 개미 한 마리를 잡아오게 하여, 개미 뒷다리에 명주실을 묶어 놓고 구슬 구멍에 꿀을 발라 뒀더니 하룻밤 사이 개미가 구슬을 실로 다 꿰어 놓았다.

그 날이 공자가 밥 한 끼 못 먹고 굶은 지 바로 칠 일째 되는 날이었다. 옥문을 나서는 공자가 혼자 말로 중얼거린다. '格物致知(격물치지)'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여 참 지식에 통달….

공자는 탄식하며 자신의 오만방자함과 어리석음을 깊이 뉘우친다. 공자는 70이 돼서야 비로소 그 이치를 깨달았다는데, 인생이란 이 구슬처럼 아홉 개의 구멍을 가지고 태어나서 '두 눈으로 바로 보고', '두 귀로 바로 듣고', '두 코로 향내를 감지하고', '입으로는 정갈하게 먹고 진실하게 말하며', '두 구멍으로는 배설하는데 막힘이 없다면' 그것은 바로 사람이 삶을 이어가는 기본이요, 하늘의 도리라.

즉,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 천하를 아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깨달음이었다. 나이 70에 그 이치를 비로소 통달하니, 이후 공자는 마음내키는대로 행동을 해도 규범에 어긋나는 일이 없었다. '從心所欲 不踰矩(종심소욕 불유구)'

공자는 70이 넘어 자신의 인생을 회고해 15세는 학문에 뜻을 둔다해서 '志學(지학)', 30세는 뜻을 세우는 나이라 하여 '而立(이립)', 40세는 사물의 이치를 터득하고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을 나이라 하여 '不惑(불혹)', 50세는 하늘의 뜻을 안다하여 '知天命(지천명)'," 60세는 어떤 말을 들어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하여 '耳順(이순)'이라고 했다.

공자는 무당인 홀어머니 밑에서 힘들게 어린 시절을 보냈다. 노나라의 최고 권력자 계씨가 잔치를 벌이는데 공자가 상중에 상복을 입고 그냥 갔다가 예의 없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하자, 이를 계기로 예의가 무엇인지 연구해보기로 각오를 다지면서 학문에 뜻을 뒀다고 한다.

힘든 일을 겪고 좌절감이 들겠지만 이를 이겨내면 더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으니, 위대한 사람 치고 고생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는가?

요즈음 대통령 선거에 입후보 한 인물들을 보면 누구나 한 가닥 하는 사람들이다.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그 중에서도 고생을 많이 한 사람, 그동안 의로운 길을 걸어온 사람, 능력이 있는 사람…. 나는 이런 기준으로 선택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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