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의사였던 코난 도일 경(卿)은 셜록 홈즈라는 주인공을 통해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흥미진진한 추리소설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많은 소설을 썼지만 추리소설에 묻혀 다른 작품들이 주목받지 못하자 '마지막 사건'이라는 단편에서 셜록 홈즈를 죽은 것으로 묘사했다. 그러자 세계의 팬들이 탐정의 죽음에 대해 거센 항의를 하자 하는 수없이 다시 살려내야 할 만큼 그 인기가 대단했다.

셜록 홈즈가 등장하는 추리소설 56개 중에 '글로리아 스코트호(1893년 作)'라는 작품이 있다. 여기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목사는 연기 나는 총(smoking pistol)을 손에 들고 서 있었다'라는 결정적 증거 때문이었다.

소설 속에 숨어있던 이 말이 워터게이트 사건 때 세상 밖으로 나왔다. 1972년 6월 미국 닉슨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비밀공작반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 민주당 본부에 침입하여 도청장치를 설치했다가 발각되는 정치적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은 탄핵의 위기를 맞았다. 그 당시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한 칼럼리스트의 글에서 닉슨 대통령과 수석보좌관 사이에 오간 대화가 담긴 녹음테이프가 탄핵을 이끌 수 있는 결정적 증거(smoking gun)라고 했다.

그 이후 범죄 또는 특정행위나 현상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라는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고, 좀 더 확장된 의미로 '특정현상이나 가설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를 지칭하는 용어로도 쓰인다.

온통 뉴스를 장악했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스모킹 건'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최순실의 태블릿 PC, 안종범의 수첩, 정호성의 휴대전화 등이 박 전 대통령과 핵심 인물들의 구속을 이끈 스모킹 건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또한 삼성전자 사장의 휴대전화에서 정유라 특혜의혹과 관련된 결정적 단서가 나왔기 때문이다.

5월9일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자 후보들의 피 말리는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 남은 기간 동안 대선의 변수는 경쟁 후보의 약점을 틀어쥘 '스모킹 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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