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3선·국회의원 가능…자유한국당 공천은 그다지 매력 없어

권민호 시장이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결단을 내렸다.

권 시장의 탈당은 자유한국당 당적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로 범여권에 대한 지지율은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렇다면 거제시장 3선 또는 거제지역 국회의원 도전이 유력한 권 시장에게 한국당 공천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권 시장은 "보수진영 대선후보 두 분의 지지율을 합쳐도 10% 정도에 그친다. 이것이 국민의 판단이다. 보수가 죄를 많이 지었으니 후보가 나와도 표를 안 주겠다는 준엄한 뜻"이라며 "대선후보를 낼 자격이 없는데도 뉘우치기는커녕 반성의 기미가 없어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정당 지지율 하락이 원인

경남에서도 보수정당의 주가 하락세가 가파르다. 이른바 '3당 합당' 이후 장기간 텃밭 역할을 해왔기에 최근의 변화는 격세지감이다.

지난 4.12 재보선에서 한국당은 거제를 비롯한 경남 도시지역에서 한 석도 얻지 못하고 참패했다. 거제시의회 마선거구의 경우 한국당 공천자가 아예 없었다.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김대봉 후보의 당선이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권 시장이 한국당 후보로 시장 3선에 도전한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 다음 시장선거는 내년 6월13일에 있다. 그때가 되면 민주당이 여당이 돼있을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에서는 경남미래발전연구소 김해연 이사장이 시장후보로 도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민주당 안에서 공천경쟁이 유리

지역정가에서는 권 시장이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와 격돌하기보다 민주당 안에서 공천경쟁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거제지역 보수계열 정당 관계자는 "권 시장은 강력한 상대와 맞붙어보려는 승부사 성향이 아니다. 이기는 구도를 찾아가는 성격"이라고 전했다.

권 시장은 '현역'이기 때문에 공천경쟁에서 한 발 앞서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새로운 집권당의 공천을 받는다면 본선에서도 편안한 구도가 만들어진다.

혹시 민주당에서 시장이 아닌 국회의원 출마를 권하더라도 마다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지난해 4월13일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거제에서 불과 720표 차이로 석패했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전에 받은 성적표다.

다음 총선은 오는 2020년이지만 상황에 따라 내년 6월13일 시장선거와 함께 치러질 수도 있다. 김한표 의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서다.

권 시장의 민주당 입당은 무소속으로 있다가 중앙당에서 영입하는 모양새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야 기존 거제지역 민주당 유력주자들에게 부담을 덜 줄 수 있다. 중앙당에서 보면 거제 같은 경합지역 현역 단체장의 입당은 대체로 반길만한 일이다.

거제지역 선출직 도전할 듯

현재까지는 권 시장이 민주당이 아닌 다른 정당에 들어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보수진영이 거제를 비롯해 김해, 옛 창원시(통합창원시 성산구·의창구), 양산 등에서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국민의당도 지역기반이 약해 만약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지역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민주당 외의 정당에 선을 그었다.

또 "거제에서 중앙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굵직한 사업을 이끌어왔고 이를 마무리해야 한다. 명진터널(동서간도로)에서부터 국가산단·남부내륙철도까지 자체 재정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업들"이라며 "적폐세력·폐족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자리(한국당)에 그대로 앉아서, (정권교체 후)문재인의 고향이니까 도와달라고 할 수 없다"며 도지사보다는 거제지역 선출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권 시장은 "도지사에 도전하려고 많은 준비를 해왔기에 보수진영 사람들이 탈당을 강하게 만류했다. 하지만 오직 거제시민만을 위한 결행에서 다 붙들고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예전에 당내에서 친이계와 친박계가 대립할 때 정치적 셈법보다 시민이 원하는 길을 택했고 지나보니 잘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경쟁자로

한편 권 시장의 탈당 및 향후 행보에 대해 지역의 유력주자들은 말을 아끼면서도 고민이 많은 표정이다.

정치적 지각변동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어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격돌할지 모르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권 시장의 탈당에 관한 지역정가의 해석들이 오직 가정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한표 의원은 "여러 생각을 하고 있지만 일일이 말하기 어렵고, 지금 당과 거제시민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으니까 일단 당과 거제시민을 돕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 변광용 위원장은 "중앙당 차원에서 교감이 이뤄졌는지는 알 수 없고 지역에서 권 시장의 입당 여부를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라고 말했다. 경남미래발전연구소 김해연 이사장과 거제시 서일준 부시장 또한 "권 시장 탈당에 관한 논평보다는, 시민이 나에게 맡기는 일에 대해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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