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권자 보유 회사채 절반 출자전환…나머지는 만기 3년 연장 후 상환
해양플랜트 대폭 축소…특수선 중심 사업구조 재편, 인건비 올해 6400억원 감축

대우조선해양이 사채권자 집회에서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채무조정안 찬성을 이끌어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8일 서울 중구 다동 서울사무서에서 열린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재조정 안건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사채권자가 보유한 회사채의 절반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는 만기 3년 연장 후 상환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20일에는 창원지법 통영지원에 회사채 채무재조정안 인가를 신청했다. 법원은 채무조정 절차가 타당하게 진행됐는지 검토한 뒤 인가를 내준다. 일주일간 사채권자의 항고가 없으면 효력이 발생한다.

사채권자 집회와 별개로 대우조선해양은 2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 투자자 설득을 진행했다. 회사채에 대한 채무재조정은 법원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기업어음(CP)에 대해서는 개별 채권자 동의만 받으면 된다.

채권단의 신규자금 투입 시기는 5월 초가 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수출입은행이 개설하는 2조9000억원 규모의 마이너스통장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탈피하고 정상화 작업에 들어간다.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까지 자산 매각·인력감축 등 5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이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지난해 말까지 자구안의 34%인 1조8000억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자구안에 따르면 경영위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해양플랜트 부문을 대폭 축소하고 상선과 특수선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다. 2016년 말 12조 7000억원이던 매출을 2021년 말까지 6조2000억원으로 줄이고 건전성을 강화한다.

지난해 1만명으로 줄인 직영인력은 2018년 상반기까지 9000명 이하로 더 줄이고 8500억원이었던 인건비를 올해 6400억원까지 감축한다.

자회사 대우조선해양건설·웰리브·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사원아파트·복합업무단지 등은 매각을 추진한다.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2000%를 넘던 부채비율은 320%까지 낮아져 신규 수주와 선박 인도 작업에 매진할 수 있게 된다.

대우조선해양 정성립 사장은 "걱정과 격려를 함께 해준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 올해 자구계획을 철저하게 이행해 흑자전환을 이루겠다"며 "외형은 줄어들지만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회사로 거듭 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의 노후자금을 꺼내 쓴다는 비판을 받게 된 국민연금공단은 협상 실무진 대표였던 안태일 채권운용실장이 사의를 표시했다고 21일 밝혔다. 국민연금에 따르면 이번 채무재조정으로 기금운용본부가 2680억원의 손실을 입게 됐다.

국민연금의 지난해 기금운용 규모는 558조3000억원이었고, 운용수익만 24조5000억원으로 삼성전자 당기 순이익과 비슷하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