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드러지게 벚꽃비가 내리던 지난 주말, 거제의 봄은 지역을 불문하고 한창이었다. 거제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봄 방문을 문의하는 친척과 친구들이 부쩍 늘었다.

권영은(39·상동동)씨도 마찬가지 처지다. 바쁜 직장생활에 봄을 생각하기도 전 봄이 옆에 와 있다. 방문해도 되는지를 묻는 형제를 반겼다. 이를 핑계삼아 봄나들이도 준비했다. 학동으로 목적지를 정하고 스케줄을 나름 정리했다.

거제가 관광지가 맞는가 보다. 주말과 봄이 결합한 지난 주말 학동으로 가는 도로는 이미 주차장이다. 도로를 따라 형성된 유채꽃밭에서의 한 컷을 위해 또는 쏟아져 내리는 벚꽃 아래에서 한 컷을 위해 누군가의 차들이 길 양옆을 주차장으로 삼고 있다.

동부면 연담삼거리에서 학동으로 넘어가는 길 유채밭의 유혹은 더 심하다. 이곳의 불법주·정차는 도로의 중앙선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일방통행이 됐다. 경찰도 신호수도 있을 리가 없으니 운전자들 스스로 앞쪽의 상황을 주시하고 자신의 길을 찾을 뿐이다.

"양 방향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도로지만 산길이라서 폭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고 포문을 연 권씨는 "불법주·정차가 돼있는 상태에서 맞은편 차량의 유무에 눈치를 보며 빠져나가야 하는 상황에, 앞쪽에서 오는 관광버스까지 맞닥뜨린 순간 한동안 모든 차량들의 통행이 불가능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동안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고 주차한 차의 주인을 찾고, 정신이 없는 30분을 보낸 것 같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잘 가꿔진 유채밭을 욕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관광객에게 욕 할 수도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모두가 행복한 관광이 되려면 서로의 배려가 있어야 좋지 않을까"라며 "어느 정도 불법주·정차가 예상되는 지역에 한시적으로 주차금지 임시 안내표를 세우든지, 아니면주차지역을 정해준다든지 하는 행정적 배려가 아쉽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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