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월초에 꿈의 벽화를 선물한 김상수 서예가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낀다. 아이들을 알기에 그들의 꿈이 보이고, 그 꿈이 보이기에 가슴으로부터 나오는 응원을 보낼 수 있다.

수월초등학교 실내 벽면에는 아이들의 꿈을 응원하는 아기코끼리 덤보가 날고 있다. 틀에 짜인 듯 판에 박힌 가공된 그림이 아니다. 프린터로 찍어낸 듯 인쇄로 박은 듯 선명하고 인공적인 인형이 아니다. 누군가의 힘든 노고가 있었고 시간이 있었다.

김상수(67·고현동) 선생의 부인은 수월초등학교 교장이다. 생각이 같고 신념이 같은 동반자가 아이들을 위한 선물을 고안했다. 무엇이 어려우랴. 손에 든 붓이 있는데.

4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잡고 있던 붓끝이 덤보의 얼굴로 티노시의 꼬리로 흘렀다. 그림 어디에도 전통 서예가의 도도함이 없다. 획 하나하나에 평생을 아이들을 위해 바친 교육자의 마음만이 있다. 그렇게 서예가 효계 김상수 선생은 그곳에 있었다.

선생은 마산교육대학을 나와 교편을 잡으며 서예를 익혔다.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시작한 서예에 그는 매료 당했다. 방학 때면 72시간을 쉬지 않고 몰두하기도 했다.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경남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논문을 쓰러 영국도 갔다. 서예를 서예만으로 보고 싶지 않았다. 눈을 바깥으로 돌려서 심미안을 기르고 서예의 조형과 다른 분야, 특히 조각의 지식을 녹여 서예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 시간의 과정 속에서 그는 대한민국 미술대전 공모전 입선과 특선 9회를 거쳐 국전 초대작가로 추대됐다.

그는 "글 속에는 물체의 형상과 뜻이 내포돼 있다. 서예는 이 글의 이미지를 디자인해 새로운 조형미를 추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서예는 서예 하나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예술요소가 들어와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예를 위한 그의 배움은 한 곳에 고여 있지 않았다. 다른 곳으로 흘러 퍼져나갔다. 영국의 조각가 핸리 무어를 통한 조각공부는 디자인의 영역을 개척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지금 거제교육지원청의 로고다.

2014년 교직생활이 끝났다고는 하나 한 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다. 선생에게 40년이라는 교직생활은 곧 40년이라는 서예인생을 뜻한다. 40년의 서예인생이 50년, 60년이 돼 갈 동안 그의 창작활동 속에도 항상 아이들이, 교육이 자리할 것이다.

지금도 그는 그를 필요로 하는 교육현장에 서 있다. 점차 잊혀져가는 서예의 자리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방과후 서예교실에 참여하고 무료 서예강좌도 연다. 가훈 써주기를 통해 가정의 근본이 가정에 있다는 인식을 세우려고 노력한다.

"내가 가진 최고의 것을 세상에 주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나눔은 부자만 하는 것이 아니다. 잊혀져가는 전통예술을 주변에 퍼트려 대중의 이해를 돕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삶을 추구'라는 그의 신조처럼 그는 얽매임이 없다. 다만 그는 자신이 받은 이 많은 인생의 선물을 돌려줄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있기를, 그래서 그곳에 자신이 유용하게 쓰이길 희망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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