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에서 해마다 보조금 8억원 지원
거제영어마을 측 "다양한 체험학습 통해 동기부여"

▲ 지난 2009년 문을 연 거제시영어마을은 매년 보조금 8억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그럴만한 효용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설립취지와 달리 학생들의 영어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돼 거제시영어마을 운영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해마다 거제시 예산 8억원을 투입하는 거제시영어마을(원장 송국현)이 당초 설립취지와 달리 학생들의 영어실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거제시영어마을은 지난 2009년 중앙정부 정책에 따라 세워졌다. 2004년 국내 최초 영어마을인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가 개원했고, 영어마을 붐이 일면서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거제시도 옥포2동 덕포4길 17에 있던 덕포분교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영어마을 문을 열었고 ㈜헤럴드에듀에서 민간위탁 운영해왔다.

전국 각지에 세워진 영어마을의 설립 취지는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영어를 체득할 수 있는 생활환경 조성이다. 하지만 외국의 가정과 병원, 학교처럼 시설을 꾸미고 외국인 선생님을 데려올 수는 있어도, 외국의 문화까지 재현할 수는 없다는 사실이 금세 드러났다.

학생들이 기존 공교육을 이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잠깐 시간을 내 영어마을에서 체험학습을 하는 정도로는 영어실력이 향상될 수 없고, 외국 문화를 이해하기는 더 어렵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국내 1호 영어마을인 경기영어마을 안산캠프는 누적되는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8년만에 문을 닫았다. 규모가 가장 큰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는 2006년 개원 이후 6년간 410억원의 적자를 냈다. 요즘 이곳은 점차 놀이공원화돼 드라마 촬영 같은 영어교육 외의 용도로 사용되는 면적이 더 많다.

본래 설립취지와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은 거제시영어마을도 예외가 아니다. 거제시영어마을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면 "영어마을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유창하게 익힐 수 있다", "영어능력 배양은 어학연수나 해외유학만으로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라는 소개글이 나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거제시영어마을의 주된 업무는 거제지역 초등학생들의 1회성 시설체험에 그치고 있다. 지역 내 모든 초등학교와 일부 중학교 학생들이 골고루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 한 명이 영어마을에 머무는 시간이 짧고 영어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거제시영어마을이 영어실력 향상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민간위탁 기관인 ㈜헤럴드에듀에서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외국인 선생님과 함께 쿠키를 굽거나 축구를 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나므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본래 취지대로 운영되지는 않지만 필요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거제시영어마을에 해마다 8억원 정도의 시 보조금이 투입된다는 사실이다. 시의회에서는 약간의 효과가 있더라도 매년 시민의 혈세를 8억원씩 사용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세계적인 조선산업 불황으로 거제시가 예산압박을 받는 올해는 더 그랬다.

거제시의회 박명옥 의원은 "영어마을은 한 마디로 '돈 먹는 하마'다. 예산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는데 그만큼의 효과가 있는지 불확실하다. 수익사업을 강화하면 적자 폭을 줄일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그런 것을 떠나 아이들이 한 해 1~2번 가서 얼마나 실력을 키우겠나"라며 "앞으로 그 주변에 아파트 천몇백 세대가 들어올 계획인데 차라리 다시 학교로 쓰는 방안을 고려할 때가 됐다. 어떤 선택이 비용 투입에 대비해 어린이 복지에 더 도움이 될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존폐 논란이 해마다 계속되자 ㈜헤럴드에듀에서도 나름대로 해법을 고민하고는 있다. 일회성이라는 비판에 따라 본사 차원에서 인터넷 영어학습 홈페이지를 열어 영어마을을 다녀간 학생들이 무료로 배울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한 번에 1~2주까지 머무를 수 있는 방학캠프를 운영하고 원어민 선생님과 함께 스키장이나 워터파크에서 체험학습을 진행한다.

거제시영어마을 관계자는 "방학캠프의 경우 반응이 워낙 좋아 모집 첫날에 항상 마감된다"며 "시설 안에서 하는 교육의 경우 항상 똑같다고 비판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해마다 프로그램 내용을 바꾸지만 예산 부족으로 체험실 리뉴얼을 활발하게 못 하니까 그렇게 보일 수는 있다. 예산 지원을 반대하는 분들도 직접 체험하거나 체험학습을 참관하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거제시의회 김성갑 의원은 거제시영어마을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에도 객관성을 확보한 외부기관의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실행되지 않았다. 영어마을이 학습보다는 경험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전국적으로도 숫자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그래서 민간위탁 3년 재계약은 동의할 수 없고 거제시 정책변화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문구를 삽입하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거제시영어마을 예산지원의 효용성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거제시에서는 현상유지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거제시 관계자는 "규모가 큰 경기소재 영어마을도 일부시설만 영어교육에 활용되는 형편이라 거제시영어마을의 확대 개편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도권 영어마을에서 실태조사를 했지만 별다른 결과(대안)가 나오지 않았다"며 "입소자가 항상 있고 사교육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교육기회의 균등 차원에서 보면 없앨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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