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휘 칼럼위원

▲ 김동휘 대우병원 내과 과장

낮과 밤의 길이가 나날이 바뀌고, 벚꽃이 분홍빛을 길거리에 뿌려대는 시간이 다가오면 남도에서는 별미로 도다리 쑥국을 먹는다.

도다리는 남쪽에서는 잘 먹지만 북쪽에서는 잘 안 먹는데, 초보 미식가에게는 좌광우도(좌측에 입이 있으면 광어, 우측에 입이 있으면 도다리)라고 해서 외우는 법을 알려주게 된다.

추운 겨울을 나고 봄이 오면 생체시계가 조절되면서 이른바 춘곤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고단백 식품으로 보양식을 지방마다 먹고 있다.

도다리는 이 시기에 제일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맛이 좋은데, 원래 광어보다 고급어종인데다가 양식을 하면 수지가 안맞아서 양식을 안 하기 때문에 모두 자연산인 셈이다.

이 시기가 오면 당직근무를 하는 날에는 긴장을 하게 된다. 도다리는 생선가시를 깨끗하게 발라내어 살만 넣는게 어려운 크기이다 보니 토막을 크게 쳐서 끓이는데, 뼈의 색깔이 뽀얀 국물과 어울려 잘못하면 목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무언가 목에 걸려 있는 느낌은 꽤나 큰 고통인지라 밤에 응급실을 찾아오게 되고 그러다보면 어김없이 응급 내시경을 하러 오라는 전화가 울리곤 한다.

야밤에 졸린 눈을 비비며 나와서 내시경으로 가시를 제거해드리고 나면 다른 환자보다 2배 이상의 고마움을 표하시는 환자분들 덕택에 보람찬 일이긴 한데, 대부분 민간요법을 쓰고 와서 제거하기에 더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도다리 쑥국이 싫어져서 못 먹게 되어버렸다.

정말 다양한 민간요법을 쓰고 오시는데 콜라나 식초를 계속 마시면 가시가 녹는다고 해 잔뜩 마시고 오는 것도 보았다.

문제는 생선가시가 식초 정도에 녹지 않는다는 것이고 식도에 자극을 줘 염증을 일으키면 부어서 제거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잘못 알려진 민간 요법이 정설처럼 굳어진 예인데, 식초에 생선가시를 하루 종일 담가놓아도 절대 녹지 않으니 절대 하지 않으시길 권한다.

밥과 같은 고체 음식을 통째로 삼키기, '김에 밥싸서 먹기' 등을 하고 오시거나 직접 입을 벌려 손이나 핀셋으로 직접 뽑으려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러나 음식 통째로 삼키기 등의 민간요법은 음식이 넘어가면서 오히려 생선가시가 더 깊이 박혀 매우 위험한 방법중의 하나이다.

실제로 이렇게 하고 오신 분중에서 생선가시가 식도를 뚫고 대동맥을 찔러 대동맥 파열로 죽은 사례를 직접 목격한 적이 있는데 정말 순식간에 대량출혈이 발생하여 사망하게 된다.

손이나 핀셋으로 제거하려는 경우 대부분 입안에서 피를 흘리면서 내원하는데 구역반사로 핀셋에 의한 상처를 많이 입고 오게 되며, 염증이 잘 생기니 이 역시 추천하고 싶지 않다.

목에 가시가 걸렸을때 제일 추천되는 민간 요법은 물을 마시는 것이다. 물을 마셔서 안 내려가는 이물은 대부분 문제를 일으키며, 바로 병원에서 제거를 받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작은 생선가시의 경우에는 물만 마셔도 식도를 따라 잘 내려가서 제거가 되며 이물감은 작은 상처에 의한 경우가 많아 시간을 두면 이물감이 사라지게 된다.

물을 많이 마시고 자고 일어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 있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도 이물감이 있다면 금식을 하고 병원에 내원하면 쉽게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침이나 물도 삼키기 힘든 정도, 숨쉬기 곤란할 때, 고열이 날 때 등 응급을 요하는 경우에는 야간이라도 이비인후과나 응급내시경이 가능한 당직 응급실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목에 가시가 걸리면 병원에 가는 것을 무서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고해상도 내시경으로는 작은 가시도 쉽게 발견하게 되고, 금식이 지켜져 있으면 고통스럽지 않게 수면내시경으로도 쉽게 제거가 가능하니 병원에 오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고 언제든지 병원에 오시면 된다.

필자는 목에 가시가 걸리는게 두려워서 먹지 못하는게 더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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