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수필가

▲ 이승철 수필가

홍도는 갈매기 섬이다. 행정구역으로는 통영군에 속해 있지만, 거제도에서 가까운 남쪽 해안에 위치하고 있다.

해금강과 이웃하고 있는데, 수평선에 조개를 엎어 놓은 것 같다. 이 섬은 갈매기 서식지다. 홍도는 푸른 바다에 우뚝 솟은 돌산이 천태만상으로 형형색색의 모양을 하고 있다. 돌 틈 사이에 풀이 자라고 그 풀숲에 갈매기는 보금자리를 틀고 산다.

햇살이 돋아나면 갈매기는 일터로 나간다. 밝고 깨끗한 바다가 그들의 일터다. 그곳엔 아름다운 안개와 구름이 있고, 시원한 바람이 불고,  파도소리는 자연을 연주한다. 이 소리는, 꿈을 안고 승천하는 용의노래 소리다. 그 노래 소리에 물속에서는 고기들이 춤을 춘다.

그러다가 잠잠하면, 고요한 섬에는 별빛이 쏟아지고 달빛이 살포시 내려앉아 금가루를 뿌려 놓은 듯하다. 자연의 신비와 맑은 바다에서 얻을 수 있는 양식이 풍부한 이곳 홍도는 갈매기가 살아가기에 가장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

갈매기는 3월초에 이 섬에 날라 와서 5월부터 6월 중순까지 두 서너 개의 알을 낳는다. 새끼 갈매기는 생후 20일이면 나는 연습을 한다. 갈매기가 날기 시작하면. 어미 갈매기는 새끼 갈매기를 높은 벼랑에서 바다 쪽을 향해 던져 버린다. 여기서 살아남는 놈만 기른다. 험한 바다에서 자연과 싸우며 살아가는 인내와 자립심을 길러주는 교육방법이다.

갈매기는 서정적인 시와 노래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뱃길을 인도하는 길잡이 역할도 한다. 그리고 부부금실이 좋은 애정의 새로 알려져 있다.

구월이 되면 사람도 짝을 찾는 계절이고, 갈매기도 짝을 찾는다. 이때가 되면 봄의 생동적인 기운을 받아 여름 한철 성장과 비축된 정신 건강으로부터 결실의 가을 기운을 받아 만물이 다 짝을 찾은 계절이다.

갈매기는 '끼끼룩 까르륵' 노래 소리로 사랑을 부르고 날개 짓 춤으로 애정을 표시한다. 남쪽 바위틈에서 신혼생활이 시작된다. 갈매기는 어느 한쪽이 먼저 죽어도 재혼을 하지 않고, 혼자 정조를 지키면서 살아간다.

이 섬은 정조를 지키는 새의 산실이다. 예전에는 기러기가 이 섬에 살았다. 기러기도 애정이 깊은 길조다. 어느 한쪽이 죽어도 재혼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전통혼례식 때 기러기를 신부에게 바치는 전안례(傳雁禮)란 것이 있다.

기러기가 살고부터 이 섬을 기러기 섬 홍도(鴻島)라 하였는데, 근래 와서 갈매기가 이 섬에 살게 되어 갈매기 섬이라 부르기도 한다.

바위섬 위쪽에는 여기서만 불 수 있는 다북 다북한 풀숲이 포근한 갈매기의 집으로 적당하고, 바위틈은 비바람을 피하기 좋게 돼 있다.

그리고 주위 바다에는 많은 물고기가 서식하고 있어서 갈매기 들이 식량을 구하기 좋다. 그러나 요즘 와서는 갈매기도 수난을 당하고 있다.

갈매기 알이 정력제라며 돈으로 바꿔가고, 갈매기의 생태계를 연구한답시고 찾아오는 사람들, 그리고 사진작가들이 산실의 문을 두드리며 고요한 그들의 보금자리를 짓밟아버린다. 유식한 인간들의 무례한 행동을 얼마나 원망 할까?

자연을 지킨다는 것은, 우리 인간들의 삶의 터전을 더욱 복되게 하는 것이다.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워하지 않는 갈매기가 남해안 바다 곳곳의 섬마다 보금자리를 틀고 사랑의 연가를 부르며 살아가고 있다.

푸른 바다위에 하얀 갈매기의 한가로운 춤과 서정적인 노래는 자연의 연가로 아름답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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