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는 죄악과 타락의 도시로 BC 1900년 경 유황과 불로 멸망 당했다. 그때 롯의 가족에게 천사는 '돌아보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롯의 아내는 두고 온 세간살이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돌아보다가 소금기둥으로 변하고 말았다.

바둑의 고수는 '버림돌 전법'에 능하지만 하수는 죽은 돌을 살려보겠다고 바동거리다가 결국 망하고 만다. 자기 돌을 일부러 희생타로 버리는 '사석전법(捨石戰法)' 위기에 처하면, 망설이지 말고 버리는 '봉위수기(逢危須棄)'는 바둑의 십계명에 속한다. 위기를 당하면 버리라는 교훈이 의아스러울 수 있지만 홍수나 전쟁이 났을 때 가재도구가 아까워 그것 몇 개 더 건지려다가 자기 생명과 바꾸는 허망한 경우를 흔히 봤다.

요즘 '미니멀라이프(Minimalife)' 곧 최소한의 삶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미니멀(mi nimal)은 '최소한'을, 라이프(life)는 '삶'을 뜻하는 말로 물건에 포위된 자신의 생활에서 버려야 행복하다는 '버림의 미학'이다. 본래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태동한 단순하고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의 한 갈래였다. 이후 생활양식의 한 모델로 발전해 북유럽을 거쳐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 집안의 물건들이 오히려 흉기로 변하는 것을 보고 불필요한 것을 최소화 하면서 그 대신 내면의 삶에 더 충실하자는 삶의 방식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고, 지난해부터 관련 서적들이 쏟아지면서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고 조명하기 시작했다.

간혹 여행에서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혹시라도 필요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가방지퍼가 억지로 잠길 만큼 가득 가지고 갔지만 출발하는 그 순간부터 무거운 가방은 오히려 짐이 돼버렸고, 집에 돌아와 열어보면 한두 번은 커녕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을 보면 괜히 화가 난다.

우리의 삶도 욕심이 가득한 여행가방을 닮았는지 모른다. 꼭 필요한 것 외는 내려놓고 홀가분하게 사는 것이 멋진 삶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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