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정치권 "대규모 자금수혈 필요"

거제지역 조선업계에 이른바 '4월 위기설'이 나도는 가운데 이를 부정하는 견해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등 양대 조선업체는 최근 선박 수주를 위해 필사적으로 세계를 누비는 모습이다. 지난해 수주절벽을 경험했던 양대 조선사들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건조기술을 직접 발로 뛰며 알리고 있다.

오는 4월부터는 일본 지바 시에서 열리는 '가스텍 2017'에 양대 조선업체 임원진들이 대거 출장길에 오른다. 가스텍은 1년 반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의 가스산업 전시회다.

가스텍에서 양대 조선업체는 각각 부스를 설치하고 LNG 운반선과 관련된 설비의 모형을 전시한다. 정성립 사장과 임원 20여명이 참가하는 대우조선해양은 행사장에서 포럼을 열어 특허를 보유한 쇄빙 LNG 운반선 관련 독자기술을 설명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도 기술포럼을 열고 추진선과 벙커링선 등 LNG 분야에서의 강점을 보여주기로 했다.

드릴십 사태가 불러온 '위기설'

양대 조선업체가 신규 수주를 위해 발 벗고 나선 까닭은 지금 이 시기만 잘 넘기면 무사히 회생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다.

업계에 따르면 두 기업이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인도가 지연되고 있는 '드릴십(DrillShip)' 등 고부가가치 선박의 대금협상이 원만하게 타결된다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드릴십을 필두로 한 해양플랜트는 한때 차세대 성장부문으로 꼽혔지만 이제는 양대 조선사 경영난의 주범이다.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여러 척의 드릴십의 인도가 지연돼 잔금을 못 받고 있다.

드릴십은 해수면 위에서 해저 깊숙이 구멍을 뚫어 화석연료를 뽑아 올리는 시추선이다. 굴착 심도가 10㎞를 넘나드는 심해용 드릴십은 1조원이 넘는 초고가 선박이다.

소난골(Sonangol) 프로젝트는 드릴십 인도거부 사태의 대표적 사례다. 대우조선해양은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앙골라의 국영석유회사 소난골로부터 드릴십 2척을 수주했다. 소난골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약 1조원의 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세계 최대 시추선사인 노르웨이 시드릴(Seadrill)이 파산위기를 겪으면서 역시 1조원에 가까운 잔금을 받지 못하는 처지다.

양대 조선업체는 한때 공격적으로 드릴십을 수주하면서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의 다소 불리한 계약을 맺었다. 헤비테일이란 배를 만들 때 건조 중에는 돈을 조금씩만 받고, 완성해서 인도할 때 나머지를 많이 받는 계약 방식이다.

헤비테일로 계약한 드릴십의 인도가 늦어지면서 자금경색이 일어났지만, 그렇기에 인도협상만 잘 타결된다면 바로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대선 앞둔 동남권 민심의 '진앙지'

정부는 조선산업 회생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정치권의 대승적인 결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거제지역 양대 조선업체들의 자금난이 일시적인 현상일뿐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경쟁력은 여전히 뛰어나다는 것이다.

인도가 늦어진 드릴십에 대한 협상이 타결되고 상선 부문의 수주가 회복되면 다시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권도 한진해운 사태와 달리 조선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대원칙에 있어서는 각 정당 간에 이견이 없다는 표정이다. 조선산업이 거제를 비롯한 동남권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만큼 조기 대선을 앞두고 대규모 자금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최근 금융위원회 임종룡 위원장은 국회를 찾아가 대우조선해양 추가자금 지원에 대한 각 당 지도부의 동의를 구했다.

거제가 지역구인 김한표 의원도 이에 동참해 동료 의원들을 만나며 조선산업 회생의 당위성을 역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3~4조원에 달하는 자금수혈이 임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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