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직장인을 중심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우리나라 중산층의 기준으로 ①부채 없이 30평 이상의 아파트에 살면서 ②연봉은 6000만원 이상이고 ③2000㏄급 이상의 중형차를 타고 ④통장에 1억 이상의 예금이 있고 ⑤연 1회 이상 해외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여유 있는 생활자라고 답했다.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중산층이라고 말 할 수 있다고 여긴다고 NH투자증권이 2017년 중산층연구보고서에서 밝혔다. 그러나 '중산층(middle class)'이라는 말은 그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된 것이 아니다. 나라와 시대와 분류하는 주체에 따라 다르다.

프랑스의 경우 외국어 하나 정도는 할 줄 알고, 즐기는 스포츠가 있고, 다루는 악기가 있고, 남을 대접할 수 있는 요리실력이 있고, 공분(公憤)에 의연히 참여하고, 봉사할동을 하는 사람이 중산층이라고 했다. 소유·구매력·소득수준 같은 외면적인 것보다는 안으로 가지고 있는 정신적·문화적 조건을 중요시한 것이다.

중종 때 명신 김정국(金正國·1485-1541)은 탐욕스럽게 재물을 모으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보게, 친구. 겨울 솜옷과 여름 베옷 두어벌, 책 한 시렁, 거문고 한 채, 신 한 켤레, 베개 하나, 지팡이 하나, 바람 통하는 창문과 볕 쬘 툇마루, 차 달일 화로, 경치 즐길 나귀 한 마리면 늙은 몸 지나기 충분한데 더이상 뭐가 필요하겠나?"고 하면서 '내 밭이 넓지 않아도 배 하나 채우기에 넉넉하고 /내 집이 좁고 누추해도 몸 하나는 언제나 편안하네 / 밝은 창에 아침 햇살 오르면 베개에 기대어 옛책 읽고 / 술이 있어 스스로 따라 마시니 이것이 진정한 즐거움이다'는 시를 남긴다.

논 한섬지기는 빈곤층이지만 열심히 일해 식구들 먹여 살리면 족하고, 논 열섬지기는 중산층으로 이웃에 배고픈 자가 없도록 살피고, 백 섬지기는 고소득층으로 가족, 이웃 뿐 아니라 마을에 굶는 사람이 없도록 거둬야 한다는 것이 소득계층에 따른 역할이었다.

당신은 어떤 중산층입니까? 잘살고 못 살고를 따집니까? 아니면 정신적 문화적 가치를 따집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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