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철 그루터기 기자

이른 봄 산에 피는 벚꽃이 있다. 해안 지방의 산에서 많이 자생하는 이 꽃은 노자산과 가라산 일대가 군락지다.

연초록으로 물든 산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피는 꽃은 남쪽 바닷가에서 산을 넘어 봄소식을 몰고 온다. 봄에 피는 꽃은 소녀처럼 청순하고 아름답다. 마른 풀잎 사이로 여린줄기에 노랗고 빨간 꽃을 달고 나온다. 온갖 풀꽃과 정염을 불태우는 꽃나무는 겨울동안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대지를 열어 희망의 노래를 부르며 향수를 뿌려 놓는다.

꽃은 저마다 고운 색과 향이 있다. 그런 꽃 중에 산에서 피는 산 벚꽃의 화사한 모습이 흰구름이 피어오르는 것 같이 희망적이고 검붉은 나무껍질은 탄력이 있다. 반지르한 광채가 기름을 바른 듯 하고, 꽃잎은 화방이 깊다.

나신의 몸으로 떨고 있는 삭막한 산에 봄을 알리는 독보적인 존재로 나타나 많은 사람들을 유혹하는 기교가 있다. 갓 필 때는 짙은 분홍색을 띠고 있어 수줍은 여인의 볼 빛 같이 아름답다. 낙화로 흩날리는 꽃잎은 삼천 궁녀의 넋인 듯 애소롭다. 이런 점이 뭇 사람들의 마음을 붙들어 놓는 매력이다.

벚꽃이 일본의 나라꽃이라 해 사랑을 받지 못하고 외면을 당해 왔던 것은 우리의 역사 속에 침탈을 일삼아 왔던 민족으로 각인돼 있는 반일감정  때문이다.

우리나라 산에서 자생하는 꽃이 왜 일본의 나라꽃이 됐을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된 것은 자연생 산 벚꽃을 보고부터다. 여러 문헌을 뒤지고 그 방면에 식견이 있는 사람을 만나봤지만 정확한 답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러던 중 일본에서 향토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 시노하라 (篠原忠義) 선생을 알게 돼 그로부터 벚꽃에 대해 알게됐는데, 우리나라 산 벚꽃을 가져가서 개량해 일본의 국화인 벚꽃을 만들었다고 한다.

침략적이고 교활한 근성을 가진 일본 사람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이익이 되는 일은 남의 나라 것이라도 가리지 않는다.

개량한 벚꽃의 정신에서 보면 우리의 문화를 약탈하거나 전승 받아서 자기의 문화로 정착한 모방 민족이다. 나라꽃은 국가를 상징하는 꽃이요 국민성과도 관계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산 벚꽃을 그들이 탐냈던 이유는 산 벚꽃은 정직과 순결이 있고, 한꺼번에 꽃이 피었다가 일시에 떨어지는 단합된 힘과 화사함이 나라의 발전과 민족정신을 승화할 수 있는 기운이 있었기 때문이라 한다.

우리나라 국화는 무궁화다. 봄부터 가을까지 피고 지고 하는 끈질긴 인내력은 있어도 해충에 약하다. 유구한 역사 속에 많은 외침을 당해도 굴하지 않고 면면히 이어오고 있으나, 벚꽃처럼 화사한 빛을 남기지 못했다. 우리나라 꽃인 무궁화를 개량해 병해충에 강하고  화려한 꽃이 되는 새로운 품종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산 벚꽃은 조강지처의 정처럼 느껴진다. 일본의 벚꽃은 화사하고 개방적이긴 해도 정이 가지 않는다. 외면은 번지르 해도 내적인 미가 없다.

어디까지가 진솔된 사랑과 믿음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우리의 산 벚꽃은 따뜻한 인간미와 멋이 있다. 변질되지 않은 본디의 아름다운 심성이 있고 사랑을 꽃피울 줄 한다.

산 벚꽃에서부터 일본의 건국 신화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역사와 문화는 일본을 성장 발전시키는 역할을 했다.일본의 나라꽃이 우리의 산 벚꽃이란 데서 새삼 우리의 얼과 문화를 되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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