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 보복이 거제 지역경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관광업에 이어 조선업마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일 노르웨이 조선·해운 전문지 트레이드윈즈는 중국의 국영석유기업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SINOPEC)가 그동안 진행해온 한국 조선업체와의 선박 발주 협상을 이번 주에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트레이드윈즈는 "시노펙이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 한국의 정치적 긴장 때문에 발주 계획을 취소하고, 대신 자국 국영조선소에 주문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트레이드윈즈는 한국 조선업체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시노펙이 30만톤 급부터 시작되는 초대형 유조선인 '울트라 라지 원유 운반선(ULCC: Ultra Large Crude Carrier)' 발주를 논의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ULCC는 최근 발주가 늘어난 초대형 원유 운반선(VLCC)보다 더 큰 유조선이다. 우리나라에서 ULCC 건조가 가능한 곳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대형 3사다. 이중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거제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어 만일 수주에 성공했다면 지역경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 조선업체는 다롄조선소나 상해외고교조선 등 중국 업체보다 매력적인 가격을 제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 3사는 모두 시노펙으로부터 공식문의가 오거나 협상을 진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시노펙이 한국 발주를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공식 협상 단계까지 가지 않고 포기했을 가능성이 있다.

당초 조선업계에서는 중국이 우리나라에 발주하는 물량이 원래 적기 때문에 사드에 따른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중국이 과거에는 자체 기술력이 부족한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을 발주했지만 자국 조선업이 급성장한 이후로는 대부분 선박을 직접 건조하는 바람에 이마저 끊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은 작년과 올해 수주 가뭄으로 자국 조선업체들이 경영위기에 처하자 이들을 살리기 위해 자국 발주를 고수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