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노레 도미에(Honoe Daumier 1808~1879 프랑스)

화가들 중에 평범한 삶의 현실을 힘겹게 살아야 하는 민초들의 삶, 생존경쟁에 허덕이거나 부조리한 사회구조로 인해 낙오된 사람들의 삶을 그리는 이도 있다. 이것은 비판적이고 고발적인 표현도 되지만 부유하고 여유롭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상상조차 못하는 삶의 또 다른 진실을 보여주면서 인생을 폭넓게 관조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도미에가 활동하던 시기는 참담하며 혼란한 시대였다. 탐욕스럽고 부패하며 착취를 서슴치 않았던 정치인과 귀족들의 농간으로 참되고 진실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고통스럽고 가난하며 치욕스러운 처지가 돼 갔다.

이러한 현실에서 작가는 양심의 소리를 내야 했던 교회가 외면하는 현실을 그림으로서 고발해 서민들의 울분을 풀어줬다. 그의 이러한 사회비판 작품들은 신문과 잡지를 통해 시민들에게 전해졌으며 오히려 이러한 이유로 권력자와 가진 자들로부터 극렬한 반대를 받으면서도 단번에 유명한 작가에 올라 시민들의 응어리를 풀어주는 사회적 명사가 됐다.

'3등열차'는 작가가 마흔이 됐을 때 그동안 몰두했던 판화에서 수채화나 유화로 작품의 경향이 바꾸는 시기에 제작한 작품이다. 특별한 기교나 작품에서의 대서사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담담하고 사실적인 표현으로 오히려그가 작품에서 담고자 했던 진실이 무엇인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열차안의 풍경은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시민들을 담은 모습이다. 삶에 지치고 찌들인  그들은 서로에게 한마디의 대화나 웃음도 전하지 못하고 있다. 집에서도 행복하지 못하는 이들은 어떤 기대도 없이 그냥 하루를 살아가며 오늘도 내일도 기차에 몸을 기대고 있을 뿐이다. 그들은 같은 기차를 타고 있지만 전혀 남을 의식하기도 힘들며 삶의 무게에 짖눌려 어렵게 살아가는 고독한 인간들의 서글픈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미에는 긍극적으로는 차가운 시선으로 대중을 그려내진 않았다. 화면의 중간에 기도하는 노파의 모습에서 그가 가난한 이들을 위해 늘 기도를 받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의 어려움을 뚫고 살아온 노파의 주름진 얼굴은 평온함속에서 조용히 기도한다.

"희망은 늘 가난한 자들에게서 생겨난다. 이젠 진정으로 위로 받을 것이다."

우리는 가난하지만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 돼야 한다.

  <글 : 권용복 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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