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조선현장점검회의…지난 3일 거제시청에서 열려

자유한국당 주요 인사들과 정부 관련자들, 그리고 산업 현장인력들이 한 자리에 모여 거제지역 조선업 불황 탈출을 모색하는 자리가 거제시청에서 마련됐다.

지난 3일 자유한국당의 '경남 조선현장 점검회의'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번 간담회는,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조선경기 위축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제시를 방문, 중앙당 차원에서 현장의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을 직접 청취하고자 진행됐다.

거제시 지역구 의원이자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김한표 의원을 비롯해 임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이현재 정책위의장, 신동우 비서실장, 이채익 산업위간사, 임이자 환노위간사, 문진국 노동위원회위원장, 박완수 비상대책위원회위원, 김성찬 경남도당위원장, 엄용수 원내부대표 등 자유한국당 관계자들과 노동부차관, 해수부차관, 중기청장 등 정부 측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또한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관계자, 근로자·협력사·지역상공인 대표 등도 함께 자리해 세계적인 조선산업 불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머리를 맞댔다.

"검토하겠다는 말은 하지 말아 달라"

현장점검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한 거제지역 조선산업을 회생시키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절감하고, 말뿐인 간담회가 아닌 확실한 대책을 내놓는 자리가 되자고 다짐했다.

좌장 격이었던 이현재 정책위의장은 "그저 왔다가 가는 회의가 아니다. 확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다들 이 자리에 왔다. 그러니까 정부 당국자 분들은 검토하겠다는 표현은 자제하고 언제까지 하겠다고 해 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임명진 비상대책위장도 "자꾸 언제까지 되겠느냐고 다그치는 이유는 지금이 정부의 검토가 아닌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서다. 거제지역은 조선업 비중이 높기에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침체된 지역경기를 되살리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경남도와 거제시, 건의내용 전달

이어서 경남도와 거제시가 정치권과 중앙정부에 건의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경남도 신종우 미래산업국장은 거제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를 조기 승인해주고, 고성군 동해면에 LNG벙커링 지역거점사업 선정을 지원하며, 창원시 진해구를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건의했다. STX조선해양이 있는 창원 진해구는 제조업에서 조선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0%가 넘는다.

거제시 서일준 부시장은 "거제시의 지역경제에서 조선업 비중이 높아 수출액의 96.4% 차지한다. 조선업 불황으로 지난해부터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달에 700여명이 감소했다"며 "거제시 전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고 파격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그리고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남부내륙철도를 조기건설하고 거제시 해역의 수산자원 보호구역 일부를 해제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실마리 찾기 어려운 선수금환급보증

경남도와 거제시의 건의내용 전달이 끝나고서는 조선산업에 희망을 불어넣기 위한 논의가 본격 이어졌다. 가장 활발하게 이야기한 주제는 선수금환급보증(RG·Refund Guarantee)이었다.

거제상공회의소 원경희 회장은 "조선사가 선주와 수주협상을 할 때 RG가 발급되는지 확답을 못해 답답할 때가 많다. 보증서를 끊어오라는데 조선업이면 안 해준다. 정부가 정책금융기관에 1000억원 예산을 책정했다는데 빨리 소진한다고 생각하고 발급을 잘 해주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조선업체들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공격적인 RG발급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정부 관계자는 "RG발급은 기본적으로 해당 기업에 향후 2~3년간 무리 없이 존속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야 해 주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융기관이 부실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렇지만 조선산업은 다른 분야에 미치는 연관효과가 크고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가진 국가 기간산업이므로 지금 수준에서 축소하지 않도록 독려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그렇지만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여신이 20조대에 달하는데 기존의 시중은행이 빠져나가니 국책은행이 메워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이럴 경우 국민의 혈세를 밑 빠진 독에 넣는다는 비난 여론이 있을 수 있어 신중하게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외 협력업체·비정규직 근로자 대책은 부재

이처럼 이번 자유한국당 조선현장점검회의는 결과를 내놓는 간담회가 되자고 뜻을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눈에 띄는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는 지적도 받았다. 무엇보다도 대형 조선소의 사외 협력업체와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지원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간담회 도중에 조선소 하청업체 노동조합 관계자가 행사장인 시청 대회의실로 갑자기 들어와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도움을 호소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참석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발언을 한 당사자는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이김춘택 사무장이었다.

그는 "조선산업 불황에 따라 오늘 같은 간담회가 열려 반갑다. 하지만 양대 조선소 밖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은 언제나 뒷전인 것 같다. 오늘 간담회가 열리는 이 순간에도 사외 영세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들은 추운 바깥에서 신음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담회 참석자인 한 협력업체 협의회장 역시 "조선산업은 협력사가 배의 80~90%를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 조선업체에 대한 지원도 필요하지만 소규모 협력업체를 꼭 생각해줘야 한다"면서 "영세한 협력업체들이 무너져 버리면 나중에 업황이 회복됐을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지금 당장 예산을 앞당겨 수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 조선업체 지원에 걸맞은 파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4대 보험 유예가 아닌 면제조치가 있어야 한다. 아까부터 신용보증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솔직히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안타까운 마음만 생긴다"며 "4대보험과 부가세 완납, 최근 일정기간 매출유지 등의 기준을 요구하는데 이게 됐으면 신용보증 받으러 갈 일이 없다. 차라리 전기·사상 등 외국인 근로조차 구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외국인 근로자 쿼터 확대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한표 "조선산업 회복 반드시 된다"

마지막으로 거제지역이 지역구인 김한표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는 거제지역의 조선산업이 반드시 회복될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 권민호 거제시장은 같은 시간대에 거제면 거제스포츠파크에서 열린 동서간 연결도로 기공식에 참여하기 위해 참석하지 못했다.

김 의원은 "오늘 흔치 않은 자리가 마련돼 특별한 의미가 있다. 요즘 거제지역 경기가 아주 어렵다. 이를테면, 대부업체가 밀려와서 높은 이자를 요구하니까 서민경제가 더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주택금리가 수도권보다 높다"며 "중앙정부가 이러한 부분을 잘 파악해 거제에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시중은행 여신한도를 원위치 해주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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