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마민씨의 딸 윤서현 양 초등학교 보내기

"중국말을 잘하는 우리엄마는 얼굴도 예쁘고, 남을 도와줘서 좋아요. 저도 커서 남을 잘 도와주는 중국말 잘하는 예쁜 서현이가 될 거예요."

강보에 싸여 울기만 했던 아이가 어느덧 자라서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사랑스러운 이 모습에 넋을 잃은 엄마는 마냥 좋다. 이 아이가 학교를 간다. 초등학생이 된다. 지나간 8년의 시간이 주마등같다.

시집을 온 다음해 이 아이가 태어났다. 아기의 말문이 트일 때 엄마의 말문도 트였다. 외국, 사랑하는 남편이 있지만 한국생활은 녹록치 않다. 하지만 이 작은 생명은 엄마의 품에서 외국생활의 자신감이 되어 창이 되고 방패가 돼줬다. 그래서인지 중국에서 태어난 엄마와 한국에서 태어난 딸은 누구보다도 서로가 마음이 잘 통한다.

마민(32·아주동)씨는 "부모의 마음이 외국인라고 다를 게 있겠는가"라며 "건강하게 엄마·아빠의 사랑 속에서 항상 행복하다는 예쁜 마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해본다.

그는 2009년 한국으로 시집왔다. 연애로 만난 지금의 신랑이 너무 좋아 한국에서 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뒷전이었다. 하지만 삶은 삶이다. 24살 어린신부는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이곳에서 버스를 타야 할 때도, 시장에서 장을 봐야 할 때도, 혼자 몫으로 주어진 성장통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그는 빨랐다. 열심히 익혔다. 아이와 함께 다문화 센터를 오가며 같이 공부했다. 한국에 온지 4년만인 지난 2013년엔 경남은행 입사라는 행운도 안았다. 환경과 시간의 변화 속에서도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거제에 왔을 때의 감정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이 말하는 '배 불러서 하는 짓'이라는 것을 한다. 밤이고 낮이고 경찰서와 근로현장에서 요청하는 통역지원을 뿌리치지 않는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마민에게 연락해.' 지금 거제에 거주하는 중국인 사이에 통하는 말이다. 그는 "이해를 바라지는 않는다. 단지 같은 중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나에게 전화를 한 사람의 급박함을 생각하면, 그냥 받게 되고 듣게 된다"며 "일이 해결되고 나서 고맙다는 인사가 모든 수고의 값이 되고 내 삶의 활력이 되기에 배불러 하는 짓은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이렇게 활기차게 중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이지만 커가는 서현이 앞에선 잠시 주춤했다고 한다.

그는 "불안했다. 외국 출생 엄마 밑에서 아이가 조금이라도 늦을까봐 뒤쳐질까봐 두려웠다"며 "아이가 6개월이 지나면서는 아이 앞에선 중국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학습지에 받아쓰기까지 한국 엄마를 닮으려했다. 그래서 언젠가는 아이가 다 클 때까지 엄마인 내가 중국인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으려 생각한 적도 있었다"는 말로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나 4살 아이가 영어공부를 하다 힘들다고 표현하는 모습에 그녀의 눈을 가린 가리개가 벗겨졌다.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안 맞는 것이었다. 엄마의 그런 마음은 아기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된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날 이후부터 '엄마가 중국 사람이니까 중국 말을 잘하고 서현이는 엄마 딸이니까 중국말 잘하지'라고 이야기 해줬더니 이제는 '엄마가 중국사람이라서 중국말 잘하는 거에요?'라고 묻는다. 가끔 유치원에 가서 엄마자랑도 한다"고 뿌듯해 한다.

물론 아직 고민이 많다. 첫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모든 초보 학부형의 걱정을 그녀도 한다. 다만 조금 깊이가 더 있을 뿐이다.

그는 "외국인 엄마가 아이에게 상처로 다가가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로 안타까운 현실을 내비추며 "이 아이들이 우리사회에서 함께 걸어갈 수 있도록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주면 좋겠다"는 당부의 인사를 전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