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도 성포위판장 수산물 거래 활발
시, 유통량·관광객 증가에 종합수산물센터 건립 추진

▲ 봄도다리가 제철을 맞으면서 사등면 성포위판장에서 도다리경매가 한창이다.

지난 23일 오후 1시께 성포항. 이곳의 겨울은 일찍 찾아와 오래 머문다. 늦겨울 끝자락 아직 매서운 갯바람을 뚫고 고만고만한 크기의 어선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배가 정박하기 무섭게 수산물위판장 안으로 해산물을 옮기느라 분주한 사람들. 두꺼운 겨울옷에 '가빠(방수복)'까지 덧대 입었다. 크고 투박한 방수용 장화에 고무장갑, 그리고 모자까지 눌러썼다. 일반인들이 보면 무겁고 거추장스러울만한 복장이지만 배위에서는 이보다 편한 복장이 없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배와 뭍을 오르내리기를 수차례. 활어를 담은 빨간색 '고무다라이(고무로 만든 대야)'가 위판장 바닥을 순식간에 채웠다. 돔·메기·쥐치·문어·낙지·게·해삼 그리고 도다리까지.

활어들은 쉬지 않고 펄떡펄떡 물을 튀긴다. 어부들은 활어들의 기운이 떨어지지 않도록 깨끗한 바닷물을 쉬지 않고 뿌려댄다. 개조개·꼬막·가리비 등 조개류를 담은 그물망들도 벽을 이루고 쌓여 있다.

경매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어부와 중매인들만이 아니다. 소문을 듣고 소매로 구입하려고 찾아온 거제·통영지역 소비자들을 비롯해 구경하러 나온 관광객들도 많다. 어림잡아 100여명이 300여평의 위판장 안팎으로 모여섰다.

오후 2시. 경매시작을 알리는 경매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경매 시작합니다!"

경매사와 중매인들은 해산물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섰다. 그 주위로 위판장 주위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빼곡히 늘어섰다. 경매물에 대한 경매사의 간단한 소개와 동시에 중매인들은 1~2초 만에 물건들을 훑어본다.

이윽고 겨드랑이 사이로 쉴 새 없이 손가락을 흔들어대는 광경이 펼쳐진다. 중매인들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매인과 눈빛을 마주치며 가격신호를 보낸다. 경매는 시간과의 전쟁이다.

제철을 만난 해산물은 낙찰되기가 무섭게 팔려나간다. 물건을 건네받은 중개인과 손님과의 가격흥정에 목소리가 높아진다.

중매인이 경매에서 낙찰을 시도하는 사람이라면 중개인은 낙찰 받은 물건을 제3자에게 판매하는 사람이다. 주변이 시끄러워지자 경매사는 리듬을 잃지 않기 위해 주변정리에 나선다.

"와이리 시끄럽노. 여가 도떼기 시장이가!"

다른 한편에서는 지나가는 손님들을 향한 봄 도다리 판매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봄 도다리 사이소!"

수십가지 해산물이 거래되지만, 뭐니 뭐니해도 요즘은 도다리 인기가 제일이다. 봄 도다리 가격은 두 번을 묻지 않고 거래된다.

김동섭 중매인(76)은 "도다리철이 시작됐다. 도다리는 나오자마자 다 팔린다. '봄 도다리' 아이가"라며 환하게 웃었다.

친구와 함께 봄 도다리를 사러 나온 조용제(여·58)씨는 "봄 도다리 사러 왔는데 벌써 다 팔리고 없다"며 아쉬워했지만 "원하는 것을 못 사더라도 경매하는 모습이 재밌어 자주 성포항을 찾는다"고 말했다.

성포항은 진해만 끝자락에 위치하면서도 거제·통영·고성의 중간지점이라는 장점 때문에 인근 해역에서 어획된 각종 해산물들의 집산지로 성장하고 있다.

성포항 인근 해역의 해산물들은 그 맛이 특히 뛰어나다. 그래서 직접 성포항을 찾아 해산물을 구입하는 타 지역민과 관광객들이 늘고 있다.

서기용 성포어촌계장은 "성포항 주변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의 맛이 제일 좋다"며 "다른 지역에서 잡은 고기를 성포항 바닷물에 담갔다 빼기만 해도 그 맛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서 계장은 "봄 도다리도 성포 앞바다에서 잡은 것을 최고로 친다"고 강조했다.

한편 1970년대 만들어진 현 성포위판장은 그 동안 여러 차례 보수했지만 좁고 노후해 어업인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2009년 가조도연륙교가 개통되면서 성포항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추세라 시설개선이 시급하다.

또한 현재 추진 중인 사곡만 조선해양플랜트 국가산업단지가 완공되면 성포항 주변 지역의 개발과 인구증가로 성포 위판장에서의 수산물 유통량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거제시는 성포항 어업인을 위한 위락시설과 친수시설이 포함된 '종합수산물센터' 건립을 추진해 해양관광 거점지역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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