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노인통합지원센터 10주년 지킴이 최은주 시설장

"꽃이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꽃을 받쳐주고 있는 푸른 잎이 있기 때문이며, 밤하늘 별이 더 아름답게 빛날 수 있는 것은 하늘이 어둠을 마다않고 까맣게 물러서 있기 때문이다. 행복은 이처럼 비우고 낮아질 때 가까이 다가오며 고요하고 아름답게 번져간다."

연초·하청·장목면에 사는 65세 이상의 기초수급자와 저소득 어르신을 대상으로 가사 및 정서 서비스를 펼치고 있는 행복노인통합지원센터가 10주년을 맞이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해묵은 속담을 증명하듯 2007년 하청교회 부속건물 안에서 작은 출발을 알렸던 센터는 세월 속에서 지역의 대표 노인보호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88명의 어르신과 더불어 10살 생일을 맞이한 최은주(59·여·하청면) 시설장은 "10년이라는 시간을 축하할 수 있게 바탕이 돼주신 후원자님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인사를 전하며 "한 해, 한 해 살얼음을 걷듯 지내온 시간들이 주마등같이 지나가면서 잘 헤쳐 왔다는 생각에 감격스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노인들에게 국가가 일상지원 서비스를 제공해 건강한 생활을 누리게 한다는 목적 아래 운영되는 노인통합지원센터는 비영리기관으로 재가(在家)노인 서비스사업이 주(主)다.

이곳에서는 재가 어르신들을 보살피는 동시에 여러 후원자들과의 연계도 잊지 않는다. 봉사자들과 후원자들의 다리가 돼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88명의 어르신들 중 16명이 일대일 결연을 이뤄 당신 자식들과의 사랑에 못지않은 사랑을 주고받고 있다.

최 시설장은 "주변에서 만나는 수많은 어르신들이 독거노인들이다. 외로움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는 가늠할 수가 없다. 찾아오지 않는 자식에 대한 보고픈 마음을 항상 뒤로 품고 지내신다"며 "어르신들이 더 행복해지면 좋겠다. 우리의 존재가 어르신들에게 행복이 됐으면 좋겠다. 비록 자식이 챙겨주지 못하는 생일찰떡이지만 자식같은 우리가 있어서 나눠먹으며 같이 눈물 글썽일 수 있는, 지금의 우리가 서로에게 행복이었음 좋겠다"라는 말로 이 일에 대한 자긍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10년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다. 이 일이 싫어질 정도로 보내드리기가 힘들다. 그러다 장례식장에서 그 긴 시간동안 보지 못했던 자식들을 보게 된다. 그토록 보고 싶어 하시던 자식들이 영정 앞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럼 화도 나고 속상함에 '왜 그랬어야 했을까' 하고 하루 종일 되뇌인다"며 "아무리 어려워도 그 자식을 건사한 것은 부모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나라의 법이 오히려 불효자식을 만드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그들이 찾아오지 않는 것인지, 그럴 때마다 딜레마에 빠지는 느낌"이라며 깊은 속내를 비추기도 했다.

그래서인가. 그는 자식보다 더 자식 같은 결연자들이 너무나 고맙다. 그 주름진 손과 얼굴을 어루만져주는 따뜻한 마음의 이 사람들이 좋다.

그는 "우리에게 와서 '좋은 일 하신다. 착한 일하신다'고 하는 분들이다. 부끄럽다. 우리는 월급을 받는 사람이니 그들보다 더 많이 해야 하는 당연한 사람들"이라고 하면서 "그들은 진정한 천사다. 결연이라는 이름으로 어르신들의 빈 옆자리를 채워주시고, 봉사라는 이름으로 그분들의 지팡이가 되어주시는 분들, 이분들이 10주년의 주인공들이다"이라는 말로 영광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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