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시민 "시민의식 부족 탓하기 보다 먼저 솔선수범 해야"
환경단체 "분리배출도 못하는데 쓰레기 관리정책 있겠나"
거제시 "이미 봉투에 들어간 쓰레기 다시 분리하기 어렵다"

▲ 거제시청을 비롯한 지역 동주민센터들이 생활폐기물들을 제대로 분리배출 하지 않는 모습이다. 재활용봉투와 일반 종량제봉투에 재활용품과 일반생활쓰레기·의류·음식물폐기물 등이 구분되지 않은 채 한꺼번에 투기된 것으로 본지 취재에서 확인됐다. 그동안 거제시민들의 시민의식 부재로 쓰레기 분리수거가 제대로 되지않고 있다던 행정이 '깨끗한 거제만들기'의 의지가 없는 거제시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거제시 관공서들이 제대로 생활폐기물을 분리하지 않고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지난 16일 A주민센터 뒤쪽 벽면에는 재활용 투명봉투에 일반 쓰레기가 잔뜩 들어있었다. 마시다 남은 커피에 젖은 종이컵과 일반 쓰레기, 프라스틱 용기는 물론 의류수거함에 있어야 할 의류까지도 함께 버려져 있었다. 재활용품과 일반 생활쓰레기가 구분이 잘 되지 않은 채 담긴 것이다.

같은 날 B주민센터 앞에 놓인 공공용 쓰레기 봉투에는 도로청소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쓰레기가 재활용품과 함께 들어있었다. 낙엽과 담배꽁초, 그리고 관공서에서 배출된 비닐·스티로폼·종이컵·음료수 깡통 등이 함께 담겨 있었다.

거제시청의 쓰레기 배출상황은 더 심각했다. 엉성하게 채워진 종량제 봉투와 재활용 쓰레기 배출용 투명봉투에 재활용 쓰레기와 폐쓰레기가 커피·담배꽁초와 뒤섞여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종량제 봉투에 담겨서는 안 될 재활용 쓰레기가 생활쓰레기와 함께 들어있고,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로 분류해야 하는 귤껍질도 포함돼 악취발생 우려가 나올 수 있는 상태였다.

이러한 모습을 접한 시민 C(36·여·고현동)씨는 "길거리에 널려있는 파란색 공공용 쓰레기봉투를 보고 한숨을 내뱉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며 "아무리 도로청소로 발생된 쓰레기라도 종류를 불문하고 한 곳에 모아 버리는 것을 보면 시민들은 왜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시민 D(51·장평동)씨는 "거제시 공무원들은 쓰레기봉투에 적힌 '공공용'이란 글씨가 부끄럽지도 않은가"라며 "이런 모습을 보고서 과연 시민들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분리수거에 나서겠느냐"고 질타했다.

거제시에서 쓰레기종량제가 실시된 지는 올해로 24년째다. 정부는 쓰레기 배출량 감소를 목표로 전 국민에게 분리배출의 생활화를 강조해왔다.

거제도 예외가 아니라 음식물쓰레기 수거에 18억4700여원, 재활용쓰레기 수거에 25억3100여원, 생활쓰레기 수거에 33억7100여원 등 모두 77억4900여원의 재원이 소요되고 있다. 분리배출이 좀 더 확실하게 이뤄지면 이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거제시가 6개 청소대행업체와 체결한 '2017년도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계약'에 따르면 시 전체에서 종량제봉투를 통해 매월 3000여톤의 쓰레기가 배출되고 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과다한 쓰레기 처리로 환경피해도 크다.

이처럼 쓰레기 분리배출을 가장 모범적으로 해야 하고 시민들이 분리배출을 생활화하도록 계도하는 주체인 거제시 공무원들은 오히려 쓰레기 분리배출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거제시는 이렇다 할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거제지역 쓰레기 배출량과 수거비용에 대한 자료만 있고 배출량을 줄이거나 분리배출을 잘 하도록 계도하는 뚜렷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거제시 관계자는 "분리배출이 잘 지켜지도록 꾸준히 홍보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쓰레기 분리배출을 잘 하라고 따라다니면서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이 관계자는 "종량제봉투에 들어간 쓰레기를 다시 분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 E(23·여·옥포2동)씨는 "시민들의 시민의식이 부족해 분리배출이 잘 안 된다고 할 때는 언제고, 정작 공무원들은 제대로 모범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데 대책마저 없다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 환경단체 또한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계획이 없다는 거제시 행정을 비판했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공무원 개개인이 솔선수범해 분리배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데 어떻게 환경보전까지 생각하는 장기적인 쓰레기 관리정책이 나오겠나"라며 "늘 하는 쓰레기 줄이기 시책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배출과정의 문제점을 되짚을 수 있는 각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