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
기다려도 보고 경적을 울려 봐도 차선을 막고 선 택배차량의 주인이 없다. 비상깜박이와 활짝 열린 택배트럭의 뒷문만이 그의 부재를 알릴 뿐이다. 기다리기만 5분째. 뒤에 붙은 경차만이 내 차량을 추월하며 곡예운전을 한다.

맞은편 승합차도 기다리긴 매 한가지다. 길 양옆으로 주차된 상태에서 오가는 차들이 다니기에도 숨 가쁜데 대형 택배차량이 자리를 잡고 서 있으니 오도 가도 못하는 형국이다.

트럭을 운전하는 김인준(42·장평동)씨 역시 고현동 회원프라자길에서 한참을 정차하며 택배트럭의 주인을 기다렸다. 자신의 눈대중으로도 택배차량을 통과해 지나가기란 어렵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택배차량을 모는 사람이 나타났다. 침착하게 택배물품을 하나 더 내린다. 바짝 열이 오른 상대운전자들이 그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안중에도 없는 듯하다.

경적 소리가 다시 사방에서 들려온다.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트럭 뒷문은 그대로 열어둔 채 차를 빼준다. 잠시 밀려왔던 짜증을 털어낸 운전자들도 택배기사를 원망하듯 쳐다보곤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김씨는 "초고속 온라인 쇼핑시장이 커지면서 택배시장도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도로사정이 그들의 성장세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며 "택배라는 것이 정확하고 빠른 배송이 생명임을 알지만, 자신의 편의를 위해 다른 사람들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는 곤란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까운 거리라서 번거롭다는 이유만으로 시동도 켜놓고 차량문도 활짝 열어놓고 움직이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빨리'라는 단어만 생각하다가 나쁜 결과가 올 것 같은 불안감을 한 번씩 느낀다"며 "견물생심이라는 말도 있고 만사불여튼튼이라는 말도 있다. 서로 조심할 때 사고가 안 일어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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