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천지를 창조하실 때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것이 사람이다. 그리스신화에서도 올림포스신과 티탄족의 싸움에서 승리한 제우스의 명령으로 프로메테우스가 세상의 온갖 동물과 인간을 창조할 때도 가장 늦게 만들어진 것이 사람이다. 인간에게 만물을 지배하는 권한을 주기 위함이었다.

중국문화에도 새해의 첫날은 닭(酉), 2일은 돼지(亥), 3일은 양(未), 4일은 개(戌), 5일은 소(丑), 6일은 말(午)의 날로 정하고, 7일째 되는 초이렛날은 '인일(人日)' 곧, '사람의 날'이라 했다. 이 여섯의 동물은 사람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사람이 이를 거느린다는 의미이다.

이런 중국의 관습이 우리에게 전해지면서 옛날에는 인일을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는 매우 중요한 가절(佳節)로 여겼다. 각각 해당하는 날의 짐승을 죽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지만 인일에는 아무리 흉악한 죄인이라도 형 집행을 금했다. 인재를 뽑는 과거시험은 정월 초이레·3월3일·7월7일·9월9일에 시행됐는데 정월 초이레 과거를 인일제(人日製)라 했고, 나머지는 절일제(節日製)라 했다.

이날은 특히 외박을 금했다. 다른 사람이 묵고 가면 연중 불운이 온다고 믿었기 때문에 남의 집에 가서 자는 일이 없었다. 다른 사람의 출입을 막는 뜻에서 이날 황토를 문 앞에 서너 곳 쌓아뒀다. 그래도 부득이 자야할 일이 생기면 주인과 손님이 서로 거꾸로 누워 잤다.

민가에서는 일곱 가지 곡식을 혼합하여 만든 인떡을 만들어 먹거나, 일곱 가지 채소(칠종채·七種菜)로 죽을 끓여먹기도 했고, 요즘의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비단이나 금박으로 만든 인형을 병풍에 붙이거나 머리에 꽂았다. 나라에서는 동인승(銅人勝·거울 모양의 머리꾸미개)을 각신(閣臣)들에게 나눠줬다.

지방에 따라서는 발음이 같은 첫 호랑이날(上寅日)이나, 사람과 흡사한 동물인 원숭이날(上申日)을 인일로 치기도 한다. 사람의 가치와 소중함을 잊어가는 이 시대에 인일의 교훈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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