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호p oil on canvas / 권용복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항상 긍정이다. 사람의 삶이 어찌 대나무 마디를 잘라내듯 단호하게 정리되겠냐 만은 그래도 한 해를 보내는 마음과 맞이하는 마음은 여느 때와는 사뭇 다를 것이다.

한 해, 한 해가 쌓여 삶을 이루지만 하루를 쉽지 않게 살아가는 우리는 의미있게 살기보다는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다. 어쩌면 방황하고 억눌려 보내는 날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묵은 때를 벗기고 시간의 무게를 털어내어 새해에는 더한 기쁨과 즐거움의 시간들이 많아지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시작이 반이라 했던가…. 긍정으로 시작한 새해는 더욱 희망차고 행복에 겨울 것이다.

거제문화예술회관이 기획한 정유년 닭 그림전은 새해를 맞이하는 의미를 되새겨 보는 전시회다. 닭이라는 동물이 가진 상징적 의미가 비하되는 면이 있어 안쓰럽기도 하지만 심기일전하여 정유년의 닭은 우아하고 정의로우며 지혜롭게 재탄생하기를 희망한다.

화를 물리치고 복을 부르며 액운에 크게 홰를 치는 붉은 벼슬을 한 닭의 모습은 단순히 상징적인 것에 끝나진 않는다. 어린시절 시골집 마당에는 당당한 모습의 장닭을 볼 수 있었다.

어깨가 튼실하고 부리가 날카로우며 붉은 벼슬을 한 그 모습은 독수리 못지않은 기개가 있었고 또한 병아리를 거느린 어미닭의 모습은 따스함과 평화로움 그 자체였으니 오늘날 닭의 초상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새벽을 깨우고 하루를 여는 닭의 울음소리가 그립고 그들의 모습을 이젠 쉽게 볼 수 없는 환경이 안타깝다.

새해에는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 잊혀져가는 것이 아닌 기억되는 의미가 되길 바라면서 붓을 잡아 보았다.
  글 = 권용복 서양화가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