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 전 국회의원

▲ 윤 영 전 국회의원

이 땅이 혼돈하다. 흑암이 가득해 길이 보이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정죄(定罪)하며 아무도 자기 잘못이다 말하는 사람이 없다. 누가 누구를 향해 삿대질할 수 있는가. 우리 모두의 잘못이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자존이 무너지는 가운데 중국은 이 땅보고 이래라 저래라 공갈 협박이다. 미국 새 대통령의 '신 고립, 자기 나라 우선주의 정책'이 우리나라 경제와 안보에 미칠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 다소곳하던 일본은 대한민국을 우습게 보기 시작한다. 북한은 ICBM(대륙 간 탄도 미사일) 발사를 공언하며 우리와 우리 동맹국들에게 엄포를 놓는다.

우리나라의 근현대사 중 가장 혹독한 시련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가 다시 일어서느냐, 영원한 이등 국가로 주저앉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100만이 모여 시위하면서도 쓰레기 하나 남기지 않는 성숙한 국민이 우리나라 국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통령이다. 한나라 지도자의 품성과 자질이 그 나라의 역사와 운명을 판가름할 수 있다는 중요한 교훈을 우리는 배우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가 사는 것 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 하는 방관자적 무관심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우리는 배우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처럼 떠나는 마당에 한 번 더하라고 열광하는 그런 대통령을 우리는 가질 수 없는가. 너무 위대해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이런 성숙한 국민의 뜻과 그들의 작은 신음소리도 한 곳으로 결집시킬 수 있는 대 통합의 겸손한 대통령을 보고 싶다.

자기의 배는 고파도 국민의 배는 채울 수 있는 그런 대통령을 보고 싶다. 동북아 열강의 이익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국민의 자존과 독립을 지키며 그들의 삶을 지킬 수 있는 능력과 지혜를 갖춘 대통령이 보고 싶다.

나라의 혼란 속에서 우리 거제의 사정은 더욱 어두워 보인다. 양대 조선소의 실적에 의존도가 매우 높아 거제시의 경제는 조선소의 어려움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조선소의 협력업체는 무너져 내리고 많은 근로자들이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장사가 안돼 아우성이고 수많은 원룸들은 텅텅 비어 서민들의 삶은 절망하고 있다.

필자가 2003년 무소속으로 거제시장에 출마했을 때 일본과 유럽의 조선 산업의 예에 비추어 조선소의 불황에 대비해 지금부터 대체산업의 육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그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또한 필자의 국회의원 시절 한화그룹이 대우조선 인수를 포기했을 때, 대우조선의 노조간부·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산업자원부·산업은행의 고위 간부들과 한 자리에 모여 '블록딜' 방식에 의한 매각을 위한 로드맵을 합의한 바 있으나 그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그동안 거제의 정치·행정 지도자들과 대우조선의 관계자들이 대우조선의 회생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과거는 잊어버리고 다시 조선소의 활력을 되찾고 거제경제의 회생을 위해 우리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세계 조선경기의 회복을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다. 기획재정부의 자비심에 거제시민의 생계를 맡길 수는 없지 않는가.

중앙정부의 관료들에게는 우리 거제시민들의 삶은 지극히 작은 부분일 뿐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풍세만 보고 앉아 파종을 미뤄서는 안 된다. 우리의 살길은 우리가 찾아야 한다. 거제의 지도자들과 시민들과 조선소의 경영자와 근로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 나름대로의 옵션을 만들어 중앙정부와 맞부딪쳐야 한다.

삼성중공업과 합병을 하든, 현대중공업과 합병을 하든, 또 다른 대안을 찾든, 우리의 대안을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 중앙정부의 공적자금을 삼성과 현대에 지원하고 통합을 유도하는 것이 마냥 불가능하다고 보지 않는다.

앞으로 많은 대선 주자들이 거제를 찾을 것이다. 마냥 덕담만 나눌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우리의 합리적 대안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거제의 조선산업이 IMF를 극복케 한 소중한 경험이 있다. 국가경제와 거제조선산업의 상생은 분명 가능한 옵션이고 우리거제의 지도자들은 이를 지속적으로 중앙정부에 각인 시켜야 한다.

2017년 새해를 맞이하여 우리 거제시민들의 뜻과 지혜를 모아 연약한 무릎을 세우고 다시 한번 거제가 일어서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는 다시 일어서야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우리에게 다가온 시련과 고난은 더 큰 축복을 위한 하늘의 선물이라고 나는 믿는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