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행사, 침하 원인·보수책임 두고 갑론을박
5톤 트럭 3대 분량 시멘트, 공극 메움에 사용
부산대 임종철 교수, 제대로 된 보강공사 시급
지반 움직임에 상부옹벽 안정성도 장담 못해

▲ 로가 갈라짐 틈에 시멘트 풀을 주입하는 공사를 시행했지만 그 자리에 또다시 갈라짐 현장이 발생

장승포 스타디메르 아파트 공사현장 인근 두모로터리~능포동 구간 도로파손을 두고 거제시청과 시공업체 간 책임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시행사인 엘리종합건설(주) 측은 도로파손의 근본적인 원인이 시공 이전에 존재했다며 도로보수에 대한 책임이 거제시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시는 아파트 공사로 인한 파손이라며 업체 측이 보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실질적인 안전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버렸다는 지적이다.

본보 1218호에 보도된 바와 같이 도로옹벽 보강공사로 인해 도로면 곳곳에 갈라짐이 발생했고 침하가 심화됐다. 배수로 파손으로 땅속으로 스며든 하수가 옹벽하부로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시행사는 옹벽 보강공사와 도로의 갈라진 틈을 메우는 공사를 시작했으나 그 자리에서 다시 갈라짐이 진행되고 있어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지난 10일 엘리종합건설 측은 장승포 스타디메르 주민대책위원회·온누리빌 아파트 주민대표·거제시 관계자 등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안전대책에 대한 설명회를 공사현장 관리사무소에서 가졌다.

이날 엘리종합건설 측은 현재의 도로파손 원인은 공사 이전에 이미 존재했으며, 보강공사를 하자마자 도로침하가 심화됐고 갈라짐도 발생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엘리종합건설 김종철 소장은 "공사 이전부터 도로 일부에서는 침하현상이 있었고 도로변 배수로도 파손돼 있었다"면서 "파손된 부분을 통해 오션타워에서 발생한 하수가 도로 아래 지하로 스며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또 "도로를 지탱하는 옹벽도 이미 10cm정도 분리돼 밖으로 밀려나와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도로옹벽 보강을 위해 어서앙카 작업을 하는 도중 도로하부 층에 동공이 발견됐고 침출수도 옹벽 밖으로 흘러나와 이러한 상황을 거제시에 보고했다"고 말했다.

▲ 2015년도 포장한 아스팔트의 균열

그러나 시는 도로파손과 보수 책임은 시행사 측에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한 협의의 여지도 없다고 일축했다.

시 건축과 관계자는 "공사를 위해서는 도로변 옹벽에 대한 안전조치가 필요했기 때문에 보강공사를 하게 된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도로에 변형이 생긴 것으로 협의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배수로 파손에 대해서는 "공사를 위해서는 어차피 보강이 필요했기 때문에 시행사 측에서 보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도로과 관계자 역시 "기존 건물 철거와 보강공사 때문에 도로침하가 심해졌다"고 말했다.

도로 옹벽 보강공사를 하게 된 계기에 관해서도 양측의 주장은 엇갈렸다. 시행사 측은 시가 도로붕괴위험을 제기하며 보강공사를 할 것을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시는 아파트 공사를 위해서는 도로보강 공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행사 측이 자체적으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입장이다.

엘리종합건설 이치일 대표는 "해당 구간은 과거 산사태가 발생한 구역으로 아파트 공사만 할 경우 붕괴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보강공사를 하라고 시가 요구했다"면서 "시는 보강공사 때문에 도로침하가 생겼다고 주장하지만, 아파트 공사를 검토할 당시부터 이미 도로는 상당부분 침하돼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 건축과 관계자는 "도로침하와 별개로 흙막이 공사를 하려고 하다보니 보강공사가 필요하다고 시행사가 판단했고, 이에 따라 보강공사를 실시한 것"이라며 "인허가 당시 보강공사 내용이 설계도면에 이미 반영돼 있었다"고 거듭 강조했다.

▲ 지난 10일 엘리종합건설(주)가 공사안전과 관련해 개최한 주민설명회.

배수로 침하와 파손에 대한 보수책임도 서로에게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치일 대표는 "오션타워에서 온누리빌 방향으로 이어지는 배수로의 고무관이 토막이 나 그 곳을 통해 흘러들어간 하수가 도로하부에 집중적으로 침체돼 있었다"며 "마침 보강공사를 하는 차에 이 물이 밖으로 배출되면서 도로 침하가 심해지고 도로 갈라짐도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배수로 보수까지 시행사 측에 전가시키는 것은 시의 갑질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행정과 시행사간 책임 공방 때문에 안전문제에 대한 논의는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공사현장 측 한 관계자는 "도로하부 보강공사를 위해 40㎏ 시멘트 650포 정도가 사용됐다. 이는 시멘트풀 17㎥에 이르며 5톤 트럭 3대 정도의 분량"이라며 "보강공사 이전에 이미 도로하부에 상당한 공극이 존재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대학교 토목공학과 임종철 교수는 "앵커(보강공사) 시공 시에는 지하수나 지표수 등의 유출 대책을 먼저 강구해야 한다"며 "배수로 파손이 있었다면 앵커 시공 전에 보수해야 한다"고 시행사 측의 시공상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앵커작업만으로 17㎥의 시멘트풀이 사용될 정도로 많은 양의 토립자가 유실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당초 배수구나 측구 등의 누수로 인해 토립자가 유출돼 공동이 점차 증대되다가 앵커 시공에 의해 갑작스럽게 지반 침하 및 균열이 가속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보강공사 이전 도로하부에 동공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임 교수는 또 "도로의 높이 차가 상당히 많이 발생한 상태로 계속 굴착공사를 할 경우 한계점을 넘으면 안전성이 급격히 나빠질 수밖에 없다"면서 "제대로 된 보강공사 없이 굴착공사가 진행된다면 하부지반 움직임에 따른 상부옹벽 안정성도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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