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주·정차 개선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지만 우리의 현실은 변화가 없다. 이렇게 시민의식이 바뀌지 않는 지역도 없을 것 같다는 푸념을 하면서 우리 스스로는 얼마나 변하고 있을까. 특히 저녁이면 이어지는 불법 주·정차에 서로서로의 짜증은 한계에 다다랐다.

불법 주·정차가 자신의 지역에 있으면 싫으면서도 내가 주차를 해야 할 땐 빈 곳이 바로 주차장이 된다. 그러나 내가 보행자의 입장이 됐을 때 표출되는 화는 그냥 참을 '인(忍)'이다.

홍정은씨(여·27·고현동)는 지난주 고현동 한 골목길을 지나다 싸움을 목격했다. 골목길은 모텔이 있는 일방통행 구간이었다. 모텔의 주차시설 부족으로 모텔 앞 인도는 주차된 차량들이 점령해 있었다.

초저녁이어서 통행하는 차량이 많아 보행자는 끊긴 인도 앞에서 멈춰야 했다. 그리고 차도로 내려와 차량사이를 지나 다시 인도에 올라야 했다. 이 사실에 화가 난 한 보행자가 모텔 관계자를 부른 모양새였다.

하지만 모텔 관계자는 아래위로 쳐다볼 뿐 아무런 대꾸가 없다. "예, 예. 그냥 가시던 길 가세요"다. 늘 있는 일이라 관심도 없는 모양이다. "고발을 한다", "그래, 해라"하던 잠시의 실랑이는 끝이 났다.

다음 날 같은 길을 지나며 변함없는 주차형태에 홍씨도 화가 났다. 그런데 옆에서 친구가 "저 모텔은 저렇게 인도를 사용해도 된다고 허락을 받았다"라는 이해받기 힘든 말을 했다. 긴 시간동안 변함없이, 어제도 오늘도 같으니 지친 민원인들 사이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

"그냥 갈 길이나 가지, 고함치고 따지는 사람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상한 것은 나였다"고 말한 홍씨는 "아무런 의식 없이 잘못된 것을 그냥 지켜보고 지나가니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이라고 자책했다.

그러나 홍씨는 "보행자가 차도를 내려서서 차량 통행이 없을 때 지나가야 하는데 왜 가만히 있느냐. 시민들이 늘 싸우고 고함을 질러야만 행정은 움직일 것이냐"며 "시민들이 상인들에게 주는 이해와 배려가 자신들의 권리가 돼 가고 있다. 잘못된 것을 미안해하지도 않다면 강력한 행정처벌을 해서라도 일깨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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