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晉)나라 때 송처종(宋處宗)은 소리내어 책을 읽었다. 마침 창 앞에 기르던 닭이 날마다 책 읽는 소리를 듣고는 송처종이 글을 읽다가 막히면 닭이 다음 구절을 불러주었다는 고사로 인해 서재를 '계창(鷄窓)'이라 한다.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 읊고, 식당개 삼년이면 라면 끓이고, 성당개 삼년이면 주기도문 외운다는 말이다.

우리 풍속에 닭을 상서로운 서조(瑞鳥)로 여기는 것은 새벽을 알리는 우렁찬 울음소리 곧, 계명성 때문이다. 그것은 한 시대의 시작을 상징하는 서곡이면서도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의 아쉬움에 대한 상징으로 문학은 차용했다.

'낼 밤이야 짧든 말든 이 한밤만 길고지고 / 저 닭아 우지마라 네 울어 날이 새면 / 가실님 생각을 하니 눈물이 앞서노라' 황진이, 허난설헌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류시인인 이옥봉(李玉峰)의 시를 비롯하여, 세종 때 집현전 학사였던 김수온은 '겨울밤 찬 바닥에 댓잎자리 보아 님하고 나하고 안고 누워 차라리 얼어 죽어도 닭아 닭아 우지 마라'고 했다. 온 국민이 다 알고 있는 심청전에서 독자로 하여금 가장 심금을 울리는 장면은 심청이 팔려가는 날 새벽에 닭 우는 소리를 듣고 애끓는 심정으로 닭을 원망하는 사설이다. '닭아 닭아 우지마라 / 네가 울면 날이 새고 / 날이 새면 나 죽는다 / 나 죽기는 섧지 않으나 / 앞 못 보는 우리 아버지 어찌 두고 간단 말고'

시계가 없었던 시절에는 닭 울음으로 시각을 짐작했다. 제사를 지낼 때도 닭 울음소리를 듣고 메를 지었다. 그리고 닭이 울면 귀신이 떠나기 때문에 그 전에 모두 끝내야 했다. 이때 반드시 수탉의 울어야 한다. 암탉이 우는 것은 알을 낳았음을 알리는 신호라면, 수탉의 울음은 어둠을 끝내고 새벽을 알리는 전령사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은 암탉이 아무리 울어도 날이 새지 않을 뿐 아니라 헷갈리는 일상을 빗된 것이지 결코 여자를 비하한 말은 아니다. 우렁찬 닭의 울음소리! 정유년의 희망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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