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창수 칼럼위원

▲ 천창수 지세포제일교회 목사

어느 날 갈릴리 나사렛이란 동네에 살고 있던 마리아에게 하나님께서 보내신 천사 가브리엘이 찾아왔다.

"은혜를 받은 자여 평안할지어다. 주께서 너와 함께 하시도다" 인사한 후에 기절초풍할 소식을 전한다. "보라 네가 잉태해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

마리아는 "나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내가 어떻게 잉태할 수 있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러자 천사가 대답한다. "성령이 네게 임하시고 지극히 높으신 이의 능력이 너를 덮으시리니 이러므로 나실 바 거룩한 이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일컬어지리라."

그리고 선포한다. "대저 하나님의 모든 말씀은 능하지 못하심이 없느니라." 하나님의 이 놀라운 말씀을 들은 마리아는 하나님 앞에 믿음으로 고백한다.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뤄지이다."

"말씀대로 내게 이뤄지이다." 마리아의 이 말은 결코 쉬운 고백이 아니었다. 마리아는 나사렛이라는 시골에 살고 있었다. 마리아의 배가 불러오면 사람들이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마리아, 그렇게 안 봤는데,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입을 삐쭉이고 경멸할 것이다.

만약 약혼자 요셉이 마리아의 배가 불러온다는 사실을 알면 어떻게 하겠는가? 마리아는 요셉과 약혼하고 이제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마리아가 잉태하게 되고 이 사실을 요셉이 알게 된다면 그 결혼이 온전하게 이뤄질 리가 없다. 요셉이 그래도 의로운 사람이라 마리아가 부정한 짓을 저질렀다고 동네방네 나팔 불고 다니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남의 아이를 밴 마리아와 결혼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엄격한 율법 사회였던 당시 마리아가 부정한 짓을 해 배가 불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마리아는 파혼당하고 사람들에게 멸시와 천대를 당하는 것은 고사하고 율법대로 돌에 맞아 죽어야 한다. 그러니 "보라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이 말을 마리아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는가?

이런 고통과 아픔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에 마리아는 "하나님, 왜 하필이면 저입니까?" 하고 부르짖었을 것이다.

"하나님, 저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처녀인데요, 왜 제가 예수님을 잉태해야 합니까? 저는 곧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인데요, 이제 곧 요셉과 결혼하면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 것인데요, 왜 하필 저의 이런 행복을 깨시려고 합니까?" 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마리아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을 때에 마리아는 "말씀대로 내게 이뤄지이다" 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했다. 너의 신혼의 꿈을 예수님을 위해 내어 놓아라고 하실 때에 마리아는 하나님의 그 말씀에 순종했다. 자기 태를 아기 예수님을 위해 내어 드렸다.

마리아는 처녀였다. 요셉과 약혼하고, 이제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그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순결한 처녀였다. 언제나 몸가짐이 바르고 단정한 예비신부였다. 보는 사람마다 탐낼만한 믿음 좋은 처자였다.

이런 마리아의 뱃속에 아기가 들어선다면, 그것도 이해할 수 없는 아기가 생긴다면, 잘 굴러가던 모든 삶이 와장창 깨져버리고 말 것이다. 사랑하는 요셉이 자기를 보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런데도 마리아는 "주의 여종이오니 말씀대로 내게 이루어지이다"하고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라"는 말씀을 받아들이고 있다.

하나님은 이런 마리아를 보신다. 순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순종하는 마리아, 도무지 헌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을 바쳐 헌신하는 마리아, 이 마리아를 바라보는 주님의 마음이 얼마나 흐뭇하겠는가?

믿음은 순종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믿음이 순종보다 낫다고 말씀하신다. "말씀대로 내게 이뤄지이다." 손익을 따지지 않고 오직 주님의 말씀에 순종해 하나님을 기쁘시게 섬기는 성도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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