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 달생편에 제나라 기성자가 왕을 위해 싸움닭을 기르고 있었는데, 열흘 후 왕이 "닭이 됐느냐?"고 묻자, "아직 아닙니다. 아직 자기 힘만 믿고 있습니다." 다시 열흘 후 묻자 "아직 아닙니다. 다른 닭만 봐도 덤벼듭니다." 다시 열흘 후 묻자 "아직 아닙니다. 아직도 상대를 노려봅니다." 다시 열흘 후 왕이 묻자 "이제 됐습니다. 상대가 덤벼도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마치 나무로 깎아 놓은 닭 같습니다. 그 덕이 온전해진 것입니다. 다른 닭이 감히 상대하지 못하고 달아나 버립니다." 이를 '목계지덕(木鷄之德)'이라 한다.

한시외전에 전요라는 사람이 노나라 애공에게 닭을 설명하기를, 머리에 관(볏)은 문(文), 날카로운 발톱은 무(武), 싸움에 용감하고(勇), 먹을 것을 보면 서로 부르고(仁), 때에 맞추어 우니(信) 이를 계유오덕(鷄有五德)이라 했다.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 닭띠 해다. 정(丁)은 오행의 화(火)며, 적색(赤色), 유(酉)는 닭으로, 오후 5시에서 7시와 서쪽을 관장하는 시간신이며 방위신이다. 유(酉)는 술병모양을 본뜬 글자로 닭이 둥우리로 들어가는 해질 무렵에 술을 마신다고 하여 이 시간을 주당들은 '술시'라 부른다.
닭은 예로부터 액운을 쫓고 복을 부르는 상서로운 존재였다.

'동국세시기'에 정월 첫날 대문이나 벽에 닭과 호랑이 그림을 붙여 액이 물리친다는 기록이 있다. 귀신이 닭 울음소리가 들리면 지상에서 사라진다는 속설 또한 닭의 붉은 빛깔이 갖는 주력(呪力) 때문이다. 올해가 바로 '적계(赤鷄)' 곧 붉은 닭띠 해다. 12지지 중에서 유일하게 날짐승인 닭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인심을 잃지 않고 무슨 일이든 계획을 세워 야무지게 처리하고, 달걀을 숨풍숨풍 낳듯 번영의 의미를 담고 있는 복스러운 존재다.

다만 선조 30년(1597년) 음력 7월15일, 원균 장군이 이끌던 우리 수군이 칠천량해전에서 참패당하는 뼈아픈 역사가 정유년에 일어났고, 계란 폭등의 주범인 AI 때문에 닭이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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