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일 편집국장

▲ 배창일 편집국장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연일 맹위를 떨치고 있다. 23일 현재 8개 시·도, 30개 시·군에서 AI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날까지 AI로 도살처분이 완료됐거나 예정인 가금류는 모두 2420만3000마리로 집계됐다. 지난달 16일 최초 의심 신고 이후 37일간 매일 평균 65만 마리씩 도살 처분된 것이다.

297농가에서 20여 만마리의 가금류를 사육하고 있는 거제시도 AI확산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는 'AI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하고 24시간 상황실 가동 체제에 돌입했다. 시는 대책본부를 중심으로 거점소독, 농가 임상검사 및 예찰, 소독약품 공급지원, 면·동 수시 예찰활동을 통해 AI 유입 차단에 나서고 있다.

이에 앞서 시는 지난달 말부터 사등관광안내소 입구에 거점 소독장을 설치해 축산차량에 대한 소독을 실시하는 한편 농가별로 담당공무원을 지정해 소독하는 등 긴급점검 활동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거제에서 야생조류 폐사체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경남도는 지난 20일 오후 5시께 거제면 남동리 방조제 인근에서 야생오리 폐사체 1마리가 발견돼 국립환경과학원에 이송 중이라고 밝혔다. AI검사 중간결과는 3~4일 가량이 소요되며, 결과는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지역은 아직까지 가금류 사육 농가에서 AI 의심신고나 매몰처분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야생조류는 안심할 수 없다. 창녕 우포늪에서 폐사했던 큰고니는 AI 양성으로 나왔다. 거제면에서 폐사된 야생오리에서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다.

AI가 전국적으로 창궐하면서 지역 관광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경남도는 AI확산 방지를 위해 경남 시군 전역의 신년 해맞이 행사를 모두 취소하기로 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고병원성 AI가 전국으로 급속하게 확산돼 가금류 살처분 마리수가 사상 최대를 넘어서고 있다"며 "AI 위기 경보가 최고인 '심각'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전 시·군에 새해맞이 행사 취소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불특정 다수인이 참석하는 행사 개최 시 축산관계자가 참석 할 경우 AI 질병 유입 또는 확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거제시는 지난 23일 "송년불꽃축제와 새해 첫 날 해맞이 행사가 열리는 장승포항 일원에 많은 사람이 모일 것으로 예상돼 혹시 모를 AI 확산을 막기 위해 축제를 취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국 곳곳에서 예정됐던 해맞이·해넘이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전남도는 "해맞이 행사를 준비하던 13개 시·군 중 5개 시·군이 취소를 결정했고 3곳은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AI가 발생한 해남군은 땅끝마을 일원에서 열기로 했던 해맞이를 취소했다. 오리 사육농가가 밀집해 있는 나주시와 영암·고흥·무안군도 행사를 열지 않는다. 전북 군산시와 김제시도 새만금 방조제 등지에서 준비했던 해맞이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울산 울주군은 인근 부산 기장군에서 발생한 AI가 유입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전국적인 해맞이 명소인 간절곶에서 진행해 오던 행사를 열지 않는다. 충북에서는 11개 시·군 중 청주·충주·제천·보은·증평 등 9개 지자체가 행사를 취소했고, 충남에서도 천안·아산·논산 등 6개 시·군이 해맞이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인천 서구도 최근 AI 위기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상향되고, 인접해 있는 김포시에서도 고병원성 AI가 확진됨에 따라 오는 31일 예정된 정서진 해넘이 축제를 취소했다. 이에 반해 AI가 발생하지 않은 경북 동해안 지역 지자체들은 해맞이 행사를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다.

올 여름 느닷없이 발생한 콜레라로 한차례 홍역을 치룬 거제시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한 모양새다. 특히 콜레라 발생의 여파로 극심한 타격을 입었던 장승포지역 상인들은 누구를 원망하고 탓해야 할지 모를 처지에 놓였다.

송년불꽃축제와 해맞이 행사를 위해 직접 발로 뛰며 홍보를 한 공무원과 기관단체 회원들도 허탈하기는 매한가지다. 병신년(丙申年)의 마지막까지 거듭되는 악재로 가득이나 어려운 지역경기에 다시금 먹구름이 낀 형국이다.

하지만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행운이 불행이 되기도 하고, 화가 복이 되기도 한다는 말을 믿어보자. 그리고 그 믿음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도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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