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문 스님 칼럼위원

▲ 종문 스님 / 대원사 주지

어릴 적 외모가 건장하고 용맹하면 "아따 그놈 장군 깜이다", "커서 장군 되겠네" 하던 어른들의 말씀이 귓전을 돈다.

힘이 세고 용맹하면 용장(勇壯)이요, 머리가 좋고 뛰어난 장수는 지장(智將)이요, 가슴으로 덕으로 사람을 이끄는 장수는 덕장(德將)이라고들 한다. 용맹한 장수는 지장을 이길 수 없고 지혜로운 장수는 덕 높은 장수를 이기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복이 있는 사람은 어떠한 덕장이라도 이길 수 없다"는 말도 있다. 덕을 쌓고 선행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우리들이 무엇인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그 밑바탕에 행운(福)이 따라야 한다.

부처님 당시 아나율 존자는 부처님 설법 중에 졸다가 부처님께 혼이 난 이후로 잠을 자지 않고 용맹전진 하다가 눈병이 나고 말았다. 아나율 눈병을 치료하던 의사 지바카가 부처님께 병고를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아나율에게 "눈은 잠을 먹이로 하니 잠을 자가면서 수행을 하라"고 했다. 아나율이 부처님께 여쭙기를 "그렇다면 깨달음인 지혜는 무엇을 먹이로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깨달음은 정진을 먹이로 삼는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아나율은 "눈이 멀더라도 정진을 하겠습니다" 하고 정진을 해 눈을 잃고 깨달음을 얻어 마음의 눈 천안통을 얻어 천안제일 아나율 존자가 됐다.

하지만 아나율은 바늘귀에 실을 끼울 수가 없어 "나를 위해 바늘에 실을 끼워주면 그 공덕으로 복을 얻으리라"하고 생각하는데 부처님께서 왕림하시어 '바늘과 실을 나에게 주오' 하니 아나율이 깜짝 놀라면서 부처님께 여쭙기를 "세존이시여, 어찌 지혜와 복덕이 구족하신 분이 복을 얻기 위해 선행을 하십니까?" 하니 부처님께서 "아니다 아난아, 세상에서 복을 구하는 사람 중에 나보다 더한 사람은 없다"고 했다. 모든 것을 버리라고 가르치시는 부처님께서 욕심을 내다니. 그렇다면 부처님께서는 세상에서 가장 욕심쟁이가 아닐까?

다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세상 우주법계의 모든 중생을 행복한 길로 제도하기 위해서는 지혜와 복덕이 필요하다. 하늘 세상이나 인간세계에서 복의 힘이 가장 강하며 복의 힘이 가장 뛰어나 복으로 말미암아 깨달음을 이룬다"하시면서 "내가 복이 있어야 복 없는 중생을 제도한다. 그래서 장수중의 최고의 장수는 복장이다. 박복한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는 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금의 나라꼴이 군주가 복이 없는 것인지, 백성이 복이 없는 것인지 의혹이 앞선다. 부모의 덕으로 한 나라의 통수권자가 됐으면 백성들에게 복과 덕을 베풀면서 나라살림을 해도 박복한 세상에 힘들고 어려울 텐데 아집강한 몇몇 간신의 농간에서 헤어나지 못하니 만백성이 힘이 들지 않겠는가?

한 수행자가 부처님께 찾아와 묻기를 "거룩하신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불에 타지 않고 물에 떠내려가지 않고 태풍에 날아가지 않고 도적에게도 빼앗기지 아니하며 그것은 어떤 창고에 간직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복이야 말로 불·물·바람·도적으로부터 지킬 수 있나니 자비로운 마음으로 베푼 마음의 창고야 말로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다"고 하셨다.

복이 있으면 하는 일이 빨리 이뤄지고, 복이 없으면 하는 일이 더디게 이뤄진다. 돌이켜보라,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현실을. 복은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각자 주어진 자기의 업과 복은 다르다. 나의 복은 내가 잘 채워야 한다. 어떤 노력을 해도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복을 지어라.

행복하게 살고 싶으면 복과 선업을 쌓아라. 복이 있으면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지나가는 병신년 복이 없어 힘들고 불행했다면, 정유년 새해에는 복과 선업을 쌓아 행복한 삶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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