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일 편집국장

▲ 배창일 편집국장

관광 소비자들의 패턴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관광지도를 보며 유명 관광지를 찾아보는 일은 먼 옛날의 일이 됐다. 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 보급 등은 관광객들의 변화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관광지도를 펼쳐 놓은 채 어느 곳으로 가야할까 고민하던 세대 역시 시대의 변화에 등을 떠 밀린지 오래다.

지도책을 보며 가고자하는 목적지를 확인하고, 무엇을 먹고 어떤 것을 구경할지 고민하던 지난날의 낭만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먼저 가봤던 지인들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고 방송과 신문, 잡지 등이 소개하는 내용을 꼼꼼히 살피던 일도 많은 부분 희석됐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설렘과 흥분 역시 그 강도가 약해진 것은 당연하다. 드넓게 펼쳐진 푸른 바다와 깎아지른 절벽의 기암괴석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시대는 사실상 종말을 고했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등을 통해 다양한 정보에 접근하고 필요한 정보를 얻고 있는 시대다. 유선인터넷의 마우스 클릭이라는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무선인터넷의 발달은 스마트폰 터치 한번으로 모든 것을 가능케 했다. 관광 소비자들의 패턴 변화는 행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더 이상 옛날 방식의 관광방식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거제시는 최신 관광 트렌드를 반영한 홍보 마케팅 다양화로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운 상태다. 내년에는 사업비 9000만원을 투입해 동남아 관광객 유치를 위한 온라인 홍보, 포토 데이터 베이스 사진자료 업데이트 등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영화관을 활용한 홍보와 여행 관계자 팸투어 등은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거제시는 5년 전부터 거제관광투어블로그 공모전을 개최하고 있다. 전국 유명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거제지역 관광지를 홍보해 파급효과를 극대화 하겠다는 목적에서였다. 올해 실시된 제5회 공모전에만 총 1050만원의 혈세가 투입됐다.

하지만 시행 5년이 지난 거제관광투어블로그 공모전은 별다른 효과 없이 상금만을 쫓아 다니는 일부 블로거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올해 거제관광투어블로그 공모전 수상자는 10명, 총 시상금은 480만원이었다. 1인당 평균 48만원의 시민혈세가 블로거들에게 돌아간 것이다.

실제 거제관광투어블로그 공모전에서 상금을 받았던 블로거의 절반가량이 다시 수상자로 결정되는 웃지 못할 일이 지난 5년 동안 거제시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하나 이 문제를 지적하는 이는 없었다. 행정은 확보된 사업비로 공모전을 진행하는데 급급했고, 상금이라는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하이에나 같은 블로거들을 차단하지 못했다.

공모 시 최근 수상자에 대한 최소한의 제한장치만 있었어도 이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지만 말이다. 한정된 소수의 블로거들이 상금을 독식하면서 거제관광 홍보라는 당초 목적은 퇴색한지 오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문제는 또 있다. 거제관광투어블로그 공모전 수상자들의 블로그에 수상작의 노출빈도가 얼마만큼인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은 거제관광투어블로그 공모전에 대한 홍보와 시상에만 집중해 수상 이후의 효용성에는 별다른 방점을 두지 않고 있다. 수상이 확정된 블로거들이 거제지역 관광에 대한 내용을 알아서 홍보할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다.

블로그를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이용 플랫폼 변화는 컴퓨터에서 스마트폰으로 이동한 상태다. 블로그를 활용하는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블로그를 탐색하고 목표한 정보를 얻어낸다. 하지만 거제시는 이 같은 변화에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바꿔 말한다면 블로그 내용만 충실하다면 파급력과 지속성 등은 뒷전으로 밀려버린다는 것이다.

올해 거제관광투어블로그 공모전 수상자 중 한 사람은 공모전에 대해 "수상을 위한 공모일 뿐 이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는 충격적인 말을 했다. 하지만 거제시는 내년에도 별다른 변화 없이 공모전을 치른다는 입장이다. 지난 5년 동안 매년 1000여만원이 넘는 시민혈세가 누군가의 지갑 속으로 들어갔는데도 말이다. 어느 영화 카피를 패러디한 글귀 하나가 생각난다.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 이하를 보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거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