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자료·유적지 연계한 복원 계획 마련 요구돼
복합 문화공간 형식의 아카이브 센터 구축 필요

▲ 지난달 30일 열린 한국전쟁기 전쟁포로수용소 세계기록유산 등재 타당성 최종보고회 및 학술심포지엄에서 전갑생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정호기 한국현대사회연구소 연구위원·전기풍 거제시의회 의원·안종철 전 5.18광주민주화 세계기록유산 추진위원회 단장(사진 왼쪽부터)이 토론을 하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에 등재하는 방안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한국전쟁기 전쟁포로수용소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 타당성 최종보고회 및 학술 심포지엄이 지난달 30일 거제시공공청사 6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김민환 한신대 교수를 비롯해 정근식 서울대 교수, 전갑생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원,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정호기 한국현대사회연구소 연구위원, 홍순권 동아대 교수, 안종철 전 5.18광주민주화 세계기록유산 추진위원회 위원, 전기풍 거제시의회 의원 등이 참석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가 수행한 이번 연구용역은 정근식 서울대 교수가 책임연구원을 맡았다. 국내·외 포로수용소 기록물을 목록화 해 역사적으로 평가하고, 국내 포로수용소 잔존유적지를 현장조사 해 활용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또 거제도 포로수용소 아카이브 센터 건립,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 타당성 검토도 동시에 수행했다.

현재 전국의 전쟁포로수용소 잔존유적지는 거제를 비롯해 통영시 한산면 용초도와 봉암도·제주·광주 등 10개 지역 총 59곳에서 잔존 건물과 수용소 터가 남아 있다.

포로수용소 잔존유적지가 압도적으로 많은 거제시의 경우 옛 신현읍 지역에 수용동 부속건물과 사령관실, 최고 감옥, 당시 매점 등 21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부면 저구리에는 최고감옥 터 2곳이 남아있는 상태다.

전쟁포로수용소 기록물은 한국전쟁 당시 관련 문서와 동영상·녹음테이프·도면·유물 등이 포함된다. 현재까지 국내 17개 기관 2만2000여건이 세계기록 등재 대상으로 파악된 상태다. 국사편찬연구소 약 2만건과 국가기록원 1167건에 이어 거제시가 477건의 기록물을 소장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이날 최종보고를 통해 "기록자료와 유적지를 연계한 장기적인 복원 계획이 요구된다"면서 "정비 이후에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장기적인 계획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거제도포로수용소 아카이브 센터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정 교수는 "거제도포로수용소 아카이브 센터는 기록물 조사·수집·보관·관리저장소로 유적공원의 선진화를 위해 필요하다"면서 "특히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의 필수적 기구"라고 강조했다.

아카이브 센터는 모임 및 휴식공간, 다관중 집객기능, 영역별 공간구성이 가능한 '라키비움(Larchiveum)'으로 구성할 것을 제시했다.

'라키비움'은 도서관(Library)·기록관(Archives)·박물관(Museum)의 합성어로 다양한 정보자원을 서비스하는 복합문화공간을 뜻한다. 아카이브 센터 부지는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박물관 1·2층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타 국가와 공동 등재 시 국내과정 없이 유네스코 심사 가능

그렇다면 거제도포로수용소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유네스코 기록유산과 문화유산은 다소 성격이 다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신청은 국가지정문화재 등록 등 여러 전제조건들이 충족되고 성숙돼야 가능하다.

기록유산에 비해 장기적인 계획 아래 추진돼야 한다. 이 때문에 거제도포로수용소 기록물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비해 세계기록유산 등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거제도포로수용소의 경우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전쟁포로수용소 유적지가 남아 있는 곳이다. 잔존 유적지와 국내외 포로수용소 기록물이 갖는 유산의 진정성·독창성·희귀성으로 세계기록유산 등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국전쟁이 세계냉전체제의 시발점으로 국제전의 분위기에서 UN의 첫 지원 사례라는 점과 전쟁포로 대우에 관한 제네바협정(GCRT POW)의 첫 적용사례라는 점이 장점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국제적십자가 주목한 포로수용소라는 점도 세계기록유산 등재 가능성을 높게 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세계기록유산의 경우 1997년 훈민정음을 시작으로 지난해 한국의 유교책판과 KBS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까지 총 14건이 등재됐다.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은 각 국가별로 2년마다 2건으로 제한하고 있다. 최근 세계기록유산으로 국내 신청 건이 늘어나면서 전쟁포로수용소 기록물의 경우 신청 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높다.

반면 여러 국가들이 공동으로 등재를 신청할 경우 국내심사 과정 없이 곧 바로 유네스코 심사가 가능하다. 이럴 경우 거제시의 제안과 동의가 따라야 한다.

정 교수는 포로수용소 세계기록유산 등재 로드맵으로 2017년 국내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수집한 뒤 추진협의회 및 국제연대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또 아카이브 센터 구성 및 실시계획 착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2018년에는 아카이브 센터 건립 착수와 함께 기록유산 등제 작업 시행, 포로수용소 유적공원 재정비, 각종 자료집 발간 등이 시행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한국전쟁 원본 자료 검증 및 연구 필요

2015년 10월 현재 유네스코에는 거제도포로수용소 기록물과 유사한 세계기록 유산이 348건 등록돼 있는 상태다. 전쟁을 주제로 하는 대표적인 세계기록 유산은 국제전쟁포로기구 기록물(2007년), 투올슬렝학살박물관 기록물(2009년), 난징대학살 기록물(2015년), 마이주루항의로의 귀한(2015년) 등이 있다.

정호기 한국현대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시 검토해야 할 기준으로 유산의 진정성, 독창성과 비대체성, 세계적 관점에서 한국전쟁 포로 기록물이 갖는 의미 등 3가지를 꼽았다.

정 연구위원은 "한국전쟁 포로 기록물은 각 국가의 기록 보존소 등에 주로 소장돼 있다"면서도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 '원본(1차 자료)'으로 분류하기 어려운 기록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돼 상세한 검증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한국전쟁의 전개와 특성, 사상전으로서 한국전쟁이 갖는 의미, 한국전쟁에서 UN의 역할과 기여, 포로의 구성적 특성과 관리 정책, 포로송환과 귀환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 등의 의미부여가 중요하다"며 "문서, 녹음테이프, 사진, 도면, 영상, 원고, 수기기록 등의 표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리와 보존상태가 우수한 기록물을 한국전쟁 포로 아카이브 또는 기록보존소에 보존하고, 한국전쟁 포로 기록물 관리와 보존에 관한 법·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연구위원은 "오는 2018년까지 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기반을 조성한 뒤 2019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등재 절차 이행, 신청서 작성과 제출, 현지실사 대비, 기록물 관리계획 등을 수립하는 등재절차를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거제시는 오는 2018년 3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을 목표로 미지정 잔존유적지 문화재 지정신청, 국내 외 기관들과 MOU체결, 아카이브 건립 등 세부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 추진협의회와 시민 참여연대를 구성해 시민의 관심과 참여를 높여 오는 2019년 세계기록(문화)유산 등재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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