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일 기자

▲ 배창일 편집국장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104년부터 여행주간 기간을 선정해 운영해오고 있다. 여행주간이란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해 전국 지자체·공공기관·협회·민간기업이 함께하는 전 국민 국내여행 캠페인이다.

여름철에 집중된 휴가 분산을 위해 봄·가을 일정한 시기를 정해 관광을 장려하는 제도다. 여행주간은 전국의 주요 관광지에서 제공되는 할인혜택과 지역별 대표 프로그램, 국민 참여 이벤트 등이 시행된다.

올해 가을여행 주간은 지난 10월24일부터 11월6일까지 2주 동안 진행됐다. 이 기간 동안 거제시에서는 거제블루시티투어·거제자연예술랜드 등 8곳의 관광시설에 대한 할인혜택이 제공됐다. 문제는 여행주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문체부는 각종 광고와 블로그 등을 활용해 여행주간을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여행주간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도는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인터넷에 여행주간 홈페이지가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거제시민이 과연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특정 기간을 정해 놓은 점도 문제다. 축제 등의 다양한 행사를 문체부가 정해 놓은 기간에 맞춰 개최하기란 쉽지 않다. 요행이 여행주간에 지역 축제가 계획돼 있다면 모르겠지만, 여행주간에 맞춰 급히 대규모 축제를 개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올바른 판단이다.

문제는 또 있다. 여행주간 프로그램 대부분이 정부 주도하에 진행돼 큰집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지자체는 시기와 상황이 맞지 않더라도 여행주간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이는 관광거제를 표방하고 있는 거제시 역시 마찬가지다.

문체부가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다가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중앙 정부에 '찍히기'를 바라는 지자체가 있을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행주간은 문체부의 정책홍보 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문체부는 지난달 8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2016 가을여행 주간 동안 전국 55개 주요 관광지의 관람객이 9.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달 28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는 '가을여행주간 총지출액이 최초로 3조원을 돌파했고, 지역별 유동인구 역시 늘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데이터의 신빙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실제 문체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자료에는 거제지역 대표 관광지인 바람의 언덕과 해금강을 방문한 방문객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바람의 언덕의 경우 지난해 여행주간 동안 2만5489명이 방문했지만 올해는 1만9146명이 들러 24.9%의 감소율을 보였다. 해금강 역시 지난해 2만4623명이 들렀지만 올해는 18% 줄어든 2만188명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배포된 보도자료에는 올해 가을여행 주간 동안 거제시 방문객이 22.38% 증가된 것으로 나왔다. 지난해 3만8200명에서 올해 4만6777명으로 크게 늘었다는 것이 문체부 발표 내용이었다. 지역 주요 관광지를 찾은 인원은 줄었지만 전체 방문객이 늘어나는 이상한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지진과 태풍으로 어려움은 겪고 있는 거제와 통영, 경주는 전년도 대비 관람객의 감소가 두드러졌다'라고 했던 문체부는 20일 뒤 곧바로 말을 바꿔 '여행주간 집중 홍보 지역인 거제, 창원, 강진 등은 유동인구가 대폭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여행주간 홍보에만 매달린 문체부가 자신들의 홍보에 부합하는 데이터만을 추출해 분석한 것으로 파악되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여행주간과 관련해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문체부의 도움으로 거제지역을 전국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별도의 사업비를 들이지 않고서도 말이다.

여행주간이 '빚 좋은 개살구'일수도 있지만 조선경기가 쉽게 살아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거제시로서는 '관광거제'의 홍보수단으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문체부의 여행주간 사업이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충분한 여행 콘텐츠가 있는 지자체에 사업비를 직접 투입하는 방식으로 전환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누군가의 성공을 벤치마킹하는 방식의 관광산업과 마케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다소의 위험성은 있지만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거제시의 관광정책이 변해야하는, 그리고 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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