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표면의 70.8%는 바다다. 바다는 짠 물이 괴어 있는 공간이다. 짠 물이라고 하지만 바닷물 1,000g에 불과 약 35g의 염분 곧, 3.5%일 뿐이다. 이보다 훨씬 높거나 묽으면 바다에 생물이 살아갈 수 없다. 육지로부터 온갖 오물이 흘러 들어오는데도 바닷물이 썩지 않는 것도 바로 이 3.5%의 염분 때문이다.

3.5%의 염분이 바다를 유지하게 하는 원천이라면 우리 사회도 3.5%의 따뜻한 사람이 있어 세상은 아름다워지고, 3.5%의 사람이 새로운 변화를 외치면 세상은 바뀔 수 있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것도 3.5%의 그 무엇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3.5%의 관심만 잃지 않는다면 사랑은 썩지 않을 것이다.

'폭력시위로 변질되지만 않는다면 전체 인구의 3.5%가 지속해서 비폭력 시위를 벌였을 때 실패한 사례는 없었다'고 미국 덴버대학 체노웨스 교수가 2012년 그의 저서 '시민저항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서 말했다. 우리나라 인구가 약 5,100만 명이니까 3.5%는 약180만 명이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2015년 '올해의 단어'가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어리석고 무능한 지도자가 무도한 정치를 했다'는 뜻이다. 율곡 이이는 그의 저서 '동호문답'에서 임금의 도리(君道)를 논하면서 '나쁜 지도자'를 폭군(暴君)·혼군(昏君)·용군(庸君)으로 분류했다. 폭군은 '충언을 물리치면서 자기만 성스러운 체 하다가 스스로 멸망에 이르는 자'를 말하고, 혼군은 '정치를 잘하려는 뜻은 있지만 총명하지 못해 현명한 자 대신 간사하거나 신뢰할 수 없는 자들을 기용해서 패망하는 군주'를 말하고, 용군은 '나약하고 과단성이 없어 구태만 되풀이하다가 나라를 망치는 지도자'라고 했다.

요즘 한국정치를 뒤흔들고 있는 '최순실 사태'를 보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불행하게도 혼용(昏庸)의 전형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맹자(孟子)는 '하늘은 백성을 통해 본다'고 했는데, 평화집회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촛불집회에 전국적으로 190만 명 곧, 3.5%의 목소리를 하늘은 듣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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