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두철 칼럼위원

▲ 강두철 거제아동병원 원장

외래진료를 보러 오는 아이에서부터 많이 아파 팔에 수액을 달고 있는 아이들까지 스마트폰이나 테블릿 노트북을 못쓰게 하면 다양한 저항행태를 보인다. 진료를 하려면 할 수 없이 아이가 원하는 걸 줘야만 한다.

과연 스마트기기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우선 중독의 사전적인 의미를 보면 크게 독으로 지칭되는 유해물질에 의한 신체 증상인 중독(intoxication·약물중독)과 알콜·마약과 같은 약물 남용에 의한 정신적인 문제가 주로 문제가 되는 중독(addiction·의존증)을 동시에 말한다.

특정 남용물질 이외에도 특정행동이나 조건에 중독된 상태까지 범위를 넓히면 스마트폰·인터넷·쇼핑 중독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러나 스마트기기는 이동성·편리성·접근성 등으로 다른 중독과 관련된 요인들보다 침투력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어떤 상태가 중독 또는 의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스마트기기를 이용하지 못하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고 자기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상태를 그렇게 볼 수 있다.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는 3~9세 유·아동중 52%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연령이 올라갈수록 이용시간과 횟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고 했다.

스마트기기 이용을 시작하는 시기는 3세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1~2세로 3세 이하에 이미 많은 아이들이 스마트기기를 경험하고 있다. 스마트기기 과다사용은 집중력 저하를 일으키고, 자기조절 능력을 떨어뜨린다. 나이가 어릴수록 부정적인 환경에 적절한 대응능력이 부족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미국 보스턴대학교 연구팀은 생후 30개월 이후 유아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를 자주 쓰는 것은 뇌 발달을 저해할 수 있고 행동발달·자기조절력·수학·과학적 사고를 방해한다고 보고했다.

초등학생 대상 연구에서도 스마트기기 사용량과 공격성이 정비례하는 것으로 보아 유아의 스마트기기 사용이 공격성과 연관 있으며 청소년기까지 강력한 영향을 준다.

IT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유·소아들의 학습을 표방하는 스마트기기용 앱이 무분별하게 개발 보급되고 있어 재미와 흥미를 중심으로 이뤄진 컨텐츠들이 우리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걱정스럽다.

2012년 방송자료에 미디어기기의 과도한 이용은 빠르고 강한 자극에는 반응하지만 작은 자극에는 반응하지 않는 팝콘브레인(popcorn-brain)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의 스마트기기 의존성과 연관된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요인은 부모의 태도다. 영유아를 가진 어머니들은 육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므로 주로 스마트폰을 통해 육아정보를 공유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등 상대적으로 스마트폰을 많이 이용한다.

그러나 여러 데이터를 보면 양육자의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길어질수록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경향성이 높아진다고 보고 했다.

어른들은 무농약·유기농·국내산 식품 등으로 아이들의 건강에 관심을 가지지만 정작 아이들에게 정신적인 해를 끼치는 스마트기기와 미디어에 대해서는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아이폰을 만든 스티브잡스도 자신의 자녀들에게 매우 제한적으로 기기를 이용하게 했다는 뉴욕타임즈 기사도 국내에 소개됐다.

유소아·청소년 모두 과도한 스마트기기에 노출되는 것이 문제가 되겠지만 특히 발달의 결정적인 시기인 만 3세~5세 유아에게 스마트기기 중독은 아이의 미래와도 연결되므로 어머니 스스로 자신의 스마트기기 사용이 자녀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인식하고 가정 내에서 규칙을 정하고 솔선수범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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