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년에도 매년 낮아지는 가격에 농가 주름살
올 무더위 및 수확 철에 들이닥친 태풍 영향
예전 같지 않은 수요층, 설탕에 대한 거부감
사드배치로 전체 30%에 달한 중국수출 막혀

▲ 지역 효자산업인 거제유자가 매년 낮아지는 수매가격과 무더위 등 자연현상,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수출중단 등으로 올해 큰 어려움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제를 대표하는 특산물인 유자가 예전 같지 않은 수요와 각종 재난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했다. 한때 1㎏당 2500원 이상을 호가하던 가격은 작년 1500원, 올해는 최고가가 1300원대로 형성되면서 유자농가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하고 있다.

거제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지역에서 유자를 재배하는 농가수는 361호로 재배면적은 128㏊다. 거제의 유자 생산량은 해걸이(과실이 한 해는 많이 결실되고, 그 다음해에는 결실량이 아주 적은 현상이 반복되는 것) 영향도 있지만 농가 수가 줄어들면서 생산량 역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흉년이었던 지난 2014년 1200톤을 수확했지만 풍년이라 여겨졌던 지난해에도 수확량은 1300톤에 불과했다. 올해는 각종 재난까지 더해지면서 작년보다 400톤이 감소한 900톤이 수확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수확량이 감소해 높은 과실가격을 기대했지만 매년 줄어드는 수요 탓에 수매가격은 더 하락한 상태다. 박리다매라도 해 이익을 내고 싶은 유자농가는 올 여름 무더위 여파로 그것조차 쉽지 않다.

11월이 제철인 유자가 올 여름 무더운 날씨로 너무 일찍 익어버린 것이다. 또 잘 익은 유자도 지난 9월 불어닥친 태풍 '차바'로 인해 낙과현상까지 일어나 수매작업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농가도 있다.

한 때 겨울철 가정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유자차는 세계 곳곳의 다양한 차들에 밀려난 지 오래다. 최근 설탕을 거부하는 사회현상으로 유자를 발효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설탕이 주재료인 유자차는 갈 길이 더 좁아졌다. 여기에다 거제 전체 유자가공품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중국과의 거래는 THHAD(사드) 배치가 논의되면서 사실상 끊겼다.

거제유자연구회 김모 회원(64)은 "작년 같으면 이맘때 친인척들을 모두 불러 수확을 했을 텐데 올해는 낙과한 걸 줍는데 시간을 다 보냈다"면서 "유자는 거제의 특산품이다. 전남 고흥처럼 유자축제를 마련하는 등 외부의 관심을 끌어오는데 행정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거제지역에서 유자풍작을 한 박모씨(66)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박씨는 "지난해 1㎏당 1500원이었던 유자 판매가격을 마지노선이라 생각했는데 올해 1300원으로 가격이 결정되면서 풍작이 됐어도 인부를 쓸 여력이 안 된다"며 "품질에서는 밀리지 않지만 대량생산하는 전남 고흥으로 유자수요업체가 몰리다 보니 거제지역 전체가 풍작이 안 되면 판로도 힘든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거제유자연구회 최광수 회장은 "지역 특산물인 유자의 명맥을 지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올해는 농사가 잘 된 집을 찾기가 더욱 힘들다"면서 "거제시민들이라도 거제 유자에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비췄다.

거제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결국 거제 특산물인 유자를 재배하는 농가가 사라지는 형국까지 갈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까지는 직거래나 유자청 생산이 주된 사업이었지만 앞으로는 유자를 접목한 상품들을 개발해 판로를 만들어나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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