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타당성 사전연구용역…6월 결과 나와
지난 2010년 첫 사업계획 수렴 이후 7년만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동일한 선박 제작 계획
장승포여객터미널 리모델링해 기념시설 조성

국가보훈처가 흥남철수 기념공원 조성사업을 위한 타당성 조사용역을 내년 초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첫 사업계획 수렴 이후 7년 만이다. 국가 현충사업으로 추진되는 흥남철수 기념공원 조성사업이 결정되면 장승포항 여객선터미널을 리모델링해 기념시설을 조성하고, 기념공원의 메인시설인 메러디스 빅토리호(Meredith Victory Ship)를 정박시키게 된다.

사업 위치는 장승포동 687번지 일원 2만1314㎡로 사업비는 190억원(국비 100억원·도비 54억원·시비 36억원)이 소요될 전망된다.

흥남철수작전은 1950년 12월 국군과 유엔군이 중공군 개입으로 전세가 불리하자 함경남도 흥남에서 10만여명의 피란민과 병력 10만여명을 군함과 화물선에 싣고 장승포항으로 무사히 철수시킨 작전이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흥남철수 작전 당시 1만4005명의 피난민을 태우고 장승포항에 도착한 배다. 이 선박은 미국이 지난 1993년 중국에 판매해 지금은 고철로 분해된 상태다.

이에 국가보훈처는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같은 선박을 만들어 장승포항에 정박·전시시키기 위해 연내 설계도면을 미국에 요청키로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이 선박을 건조하는데 200억원 안팎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7600톤급 화물선인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1950년 12월23일 한국전쟁 당시 선박 내 모든 전쟁물자를 버리고 1만4000명의 피난민을 태워 흥남항을 출발했다.

피난민들은 한겨울 바다의 혹독한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며 살아남았고, 목숨을 걸고 항해를 한 선박은 이틀 후인 12월25일 장승포항에 도착했다. 항해 중 한 명의 희생자도 발생하지 않았고 5명의 아기가 태어나기도 했다. 메러디스 빅토리호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구조작전에 성공한 배로 인정돼 2004년 9월21일 기네스북에도 등재됐다.

시 관광과 옥영부 관광시설 계장은 "흥남철수 기념공원이 조성되면 국가 존립의 위기를 맞았던 6.25전쟁 당시를 기억하는 안보교육의 장으로 활용될 것"이라며 "흥남철수작전을 통해 박애와 호국정신 고취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남도모자이크 사업 중장기 추진과제로 분류되며 사업추진 최대 위기 맞기도

흥남철수 기념공원 조성사업은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 10만여명을 구출한 흥남철수작전을 테마로 세계유일의 인도주의적 호국 평화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 아래 지난 2010년 사업계획이 처음으로 수렴됐다.

이에 거제시는 2011년 흥남철수 기념공원 조성사업 타당성 조사용역을 실시했다. 당시 시는 장승포동 70번지 일원 5만1000㎡부지에 야외공원(4만8437㎡)과 기념관(2562㎡)을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또 흥남철수 작전 당시 피난민을 실어 나른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동급함을 인수 또는 매입해 전시 및 체험장소로 활용할 방침이었다. 선박의 설치장소는 장승포항 인근 몽돌해안을 정비한 뒤 육상에 거치하는 방안과 방파제 신규 조성 후 접안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이듬해인 2012년 4월 흥남철수 기념공원 조성사업은 경남도모자이크 사업에 선정되면서 급물살을 타게 된다. 국비 50억원, 도비 100억원, 시비 13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었다. 모자이크 사업 선정으로 사업추진 동력을 확보한 셈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부에서 발생했다. 거제시의회가 이 사업의 설치동의안을 심사 보류했기 때문이다. 당시 시의회는 무리한 시비투입, 시민 공감대 미흡 등을 이유로 꼽았다.

시의회의 제동에 2012년 7월 사업조성 공청회가 열렸고, 이어 두 달 뒤인 9월 이 사업안은 조건부 가결로 시의회를 통과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다음해인 2013년 3월 발생했다. 흥남철수 기념공원 조성사업이 경남도 모자이크사업의 중장기 추진과제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당시 경남도는 전시선박 인수 불확실, 운영관리비 과다 예상 등의 이유로 도비 지원 불가를 선언했다.

이에 시는 당초 2014년도까지였던 사업 기간을 2018년으로 변경하고 국가보훈처와 창원보훈지청, 경남도 등을 방문해 예산확보 노력을 계속하게 된다.

2015년 국가사업으로 추진 건의…현충시설 건립 사업계획서 제출

2015년 3월 거제시는 흥남철수 기념공원 조성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추진해줄 것을 국가보훈처에 건의했다. 같은 해 8월에는 거제시장과 시의회 의장 등이 미국 리치먼드 시를 방문해 메러디스 빅토리호와 형제 선박인 레드오크 빅토리호를 확인한다.

탐 버트(Tom Butt) 리치먼드 시장은 "레드오크 빅토리호의 거제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올 3월 시는 국가보훈처 요청에 따라 흥남철수 기본계획(변경) 및 타당성 조사용역을 착수했고, 지난 4월 초 현충시설(흥남철수 기념공원)건립 사업계획서를 국가보훈처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지난 4월말 현충시설심의위원회 개최 결과 2017년 사전연구용역 후 사업진행 여부 등을 최종 결정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레드오크 빅토리호의 인수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 7월 탐버트 리치먼드 시장은 리치먼드 시를 방문한 거제시 일행에게 "레드오크 빅토리호는 리치먼드의 상징"이라면서 "리치먼드에서 건조한 평화의 상징물을 인수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사실상 레드오크 빅토리호의 인수가 불가능해진 것이었다. 내년 상반기 국가보훈처가 발주하는 사전연구용역의 결과는 2017년 6월께 나올 예정이다.

흥남철수 기념공원 조성사업이 국가보훈처 직접사업으로 지정이 될 경우 예산은 최소 국가보훈처 50%, 지방비 50%에서 최대 국가보훈처 70%, 지방비 30%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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