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성고 진선진 교장신부

"신부님 저 왔어요."
"신부님 저희들과 오늘 토론하자고 하셨죠?"
"교장선생님, 그럼 저흰 언제 올까요?"

하루종일 교장실을 찾는 아이들 때문에 교장실 미닫이문은 바쁘다. 미닫이문으로 태어나서 교장실에 설치될 때의 근엄함이라고는 있을 수 없다. 이 방의 주인 때문이다. 수시로 드나드는 학생들과 교사들은 미닫이문 가운데 설치된 유리창으로 학교장과 먼저 눈인사를 한다.

그리곤 쪼르르 달려 들어가 자신들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며 '까르르'거리기도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한다. 다양한 주제와 물음 속에서 그들 하나하나에게 보내는 학교장의 응원의 기원을 받으며 방을 떠난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자유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이 방의 주인인 해성고등학교 진선진 교장신부가 말했다.

"아이들이 언제든지 와서 자기들 이야기를 하면 저는 듣습니다. 그러면서 '죄가 되지 않으면 뭐든지 다 해봐라'고 이야기합니다. 언젠가는 이 아이들도 세상 속에서 판단하고 결정한 사안의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율적인 인간으로 살아야하죠. 하지만 모든 것을 통제해 버린 채 그렇게 가르치지 않는다면 결국 아이들이 힘들어질 뿐입니다."

아이들을 향한 진 교장신부의 이야기는 계속됐다.

"가르침을 주면 한 번에 알아듣는 아이가 있습니다. 반면 2년, 3년, 아니 졸업할 때까지도 이해지 못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교육은 끊임없는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다림 속에서 비로소 아이들이 자라는 것입니다. 그 열매를 맺는 순간이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끝까지 믿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마중하듯 등교시간 교문 앞에서 아이들을 맞이하고, 전교생의 생일이 적힌 종이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있다는 진 교장신부.

그는 생일을 맞은 아이들을 교장실로 부른다고 한다. 아이의 탄생에 가장 큰 의미인 부모님의 사랑을 전하며 그들의 가슴 속에 또 다른 불씨를 지피기 위해서다. 알 듯 모를 듯 해성고 학생 모두가 진 교장신부의 지지를 받으며 성장해 가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조급한 마음을 염려하는 그의 말에는 힘이 실렸다.

"아이들의 가능성이 얼마나 큰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올리브나무 씨앗이 흙속에 뿌리를 내리면 몇 천년 동안 열매를 맺고 살아갑니다. 아이들은 올리브나무 씨앗과 같습니다. 성적에 가로막혀 자신을 성급히 재단하거나 좁은 틀에 자신을 끼워넣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꿈에 대해 고민하고, 꿈을 찾기 위에 도전하는 시간들이 남들에 비해 다소 늦어 보여도 결코 늦은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주길 바랍니다."

9남매의 8번째 형제로 태어난 진 교장신부는 어려움 속에서도 '착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어머니의 염원 속에 보내진 성당에서 세례를 받았다. 세례를 받으며 빈 소원은 '신부가 되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나이 5살에 아버지를 여읜 그에게 가난은 숙명이었다.

양복점에서 기술을 배워야 했고, 친구들이 대학교에 진학할 때 고등학교를 입학해야 했다. 하지만 신부에 대한 꿈은 꺾이지 않았다. 자신과 같이 힘든 청소년기를 보내는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는 열망에 '고아원 원장신부'가 되고싶은 꿈이 더해질 뿐이다. 그렇게 지내 온 세월 속 거제에서의 시간만 20년이 흘렀다.

어쩌면 진 교장신부의 오늘은 그 옛날 그가 소망한 어느 날의 기도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미닫이가 닫히는 날의 두려움이 없지않으나 또다른 곳에 미닫이가 열릴 것을 알기에 그의 존재의 의미는 그만큼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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