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창일 편집국장

▲ 배창일 편집국장

지난달 31일 정부가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거제시민들의 관심사였던 국내 조선 빅3의 빅2 재편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비난 여론이 비등하다.

정부가 발표한 이번 대책이 예전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이 없고, 단순히 공공발주 물량을 몰아준다는 것으로 조선산업이 살아나기 힘들다는 것이 대략적인 평가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3사 체제가 유지되면 자칫 국내 조선산업이 공멸할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업계 전문가들은 현재의 위기상황 타파를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구조조정 컨트롤타워 부재를 꼽고 있다. 지금까지 조선업의 구조조정 과정을 정부와 금융위원회 등에서 주도하다 보니 금융논리가 주된 부분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와 시장의 목소리는 배제됐고, 현실성 있는 대책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웃나라인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산업 간 협업이 매우 활발해 어려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 조선업은 미쓰비시나 나가사키 등 대형 조선소가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을 건조하고 설계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반해 일본의 중소 조선소들은 대형 조선소들이 건조하지 않는 선박 중심으로 배를 생산한다. 겉으로 보기엔 산업계에서 자발적으로 합종연횡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일본의 실물경제와 통상을 담당하는 경제산업성이 큰 그림을 그리고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 차원에서 컨트롤타워가 진행돼야 하고 정부는 눈에 보이지 않게 도움을 주고 있는 구조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으로 극심한 침체기를 맞았던 일본 조선산업이 달라진 부분이다.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은 정부가 원하는 결과와 방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직시한 것이다.

정부가 민간 컨트롤타워를 제대로 지원하려면 정부 조직에 전문가들이 많아야 한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전문 인력이 정부조직에 들어가 조선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끌어 올려야한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해당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대화가 되지 않을 정도"라는 말이 계속돼서는 민간차원의 컨트롤타워 진행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국내 조선 빅3의 저효율·고임금 구조도 문제다. 중국의 임금은 아직 한국에 못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 비하면 우리의 임금수준이 더 높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조선경기가 호황이었던 지난 2010년에는 인력부족으로 임금이 상승했다지만, 불황인 지금도 임금은 예전 수준 그대로다.

실제 국내 조선 7개사의 연평균 임금은 2000년 3598만원에서 지난해 7415만원으로 106% 상승했다. 조선산업 호황기였던 2000년에서 2010년 새 두 배 가까이로 올랐다. 국내 최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의 평균 임금은 2000년 3828만원에서 지난해 7826만원으로 올랐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역시 각각 3572만원과 3460만원에서 7061만원과 7493만원으로 늘었다. 조선 빅3의 평균 임금이 7000만원대로 올라선 것은 2009년에서 2010년 사이의 일이다.

하지만 일본 9개 조선사의 연평균 임금은 2000년 692만엔에서 지난해 730만엔으로 약 5% 오르는데 그쳤다.

우리나라 조선산업 위기에는 저가수주로 인한 출혈경쟁도 한몫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조선업계의 성과주의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저가수주에는 수주산업 특성인 성과주의가 크게 작용했다. 저가수주로 본인 임기 내에 성과를 올리고 나중에 나올 부실을 나 몰라라 하는 문화가 팽배해 있다. 사실 한국 사회 전반의 문제점이기도 한데 이 같은 문화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조선업계 관계자의 말은 결코 흘려들어서는 안된다.

저가수주 금지를 위한 금융권의 철저한 관리감독도 요구된다. 현재 5억달러 이상 해양플랜트 수익성 평가기구가 있지만 사실상 형식적인 부분이 크다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조선소에서 근무했던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내실 있는 조직을 만들어 부실이 예측되면 과감하게 끊어내는 결단이 요구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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