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가 원산지인 옥수수는 고대 마야 원주민들의 주식이었다. 그들의 신화에 의하면 최고의 신 후나푸는 젊은 남성으로 옥수수를 닮았다. 이 후나푸가 지하의 신과 싸우다가 전사했고, 지하의 신은 후나푸의 목을 베어 죽은 나뭇가지에 꽂았는데 죽은 나무가 살아나면서 후나푸를 닮은 열매를 맺는다. 그래서 마야사람들은 옥수수를 신이 죽어 환생한 거룩한 작물로 여긴다.

옥수수는 1492년 콜럼버스에 의해 유럽으로 전해졌고, 약100년 후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옥수수는 한자로 옥촉(玉 )이다. 잎 사이에 뿔처럼 생긴 꾸러미가 달렸고 속에는 구슬 같은 열매가 있어 맛이 달고 먹음직스럽지만 곡식 종류는 아니라고 했다. 숙종 때 발행된 중국어 통역서인 '역어유해(譯語類解)'에 적혀 있다. 옥수수를 우리 조상들은 배가 고플 때 어쩔 수 없이 먹는 형편없는 작물로 여긴 것 같다. 다산 정약용도 열일곱 가지 작물을 좋은 순으로 순서를 매기면서 옥수수를 열여섯 번째에 놓았으니 별로 환영받지 못한 작물이 틀림없다.

1960년대, 먹을 것이 제대로 없었던 시절, 미국은 잉여농산물인 옥수수를 원조해 줬다. 초등학교에서는 이 옥수수로 죽을 쒀 점심시간에 학생들에게 급식했다. 학생들은 가방 속에 옥수수죽을 타 먹을 알루미늄 도시락과 숟가락을 넣고 다녔기 때문에 뛰면 달칵달칵 소리를 냈다. 얼마 후 옥수수죽은 옥수수빵으로 바뀌었다.

군것질거리가 아니면 가난한 화전민들의 음식으로 여겼던 옥수수에서 섬유를 뽑아 친환경 양말을 만들었다. 식물성 원료이기 때문에 화석연료의 사용을 50%줄일 수 있고, 온실가스의 배출도 75% 줄일 뿐 아니라 사용 후 땅에 매립하면 1년 내에 생분해 되어버리는 아이템 상품이다. 양말 제조는 장애인에게 맡겨 소외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양말 한 켤레를 사면 8㎏의 옥수수가 가난한 아프리카사람들에게 기부되는 착한일도 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양말은 아닐지는 몰라도 세상에서 가장 옳은 양말'이라는 말에 믿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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