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생활하다 거제로 이사 온 가정주부 윤일숙씨(45·고현동)는 자가운전자다.

자신의 생활권이 고현지역에 집중된 이유도 있겠지만 10년이라는 생활이 무색하게 아직도 버스노선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잘 모른다. 가까운 곳은 걷고, 대중교통 이용이라면 간혹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전부다.

지난 9월 초순 추석 차례준비에 정신이 없었던 윤씨는 복잡한 시장에 차를 운전해 가기가 망설여졌고 결국 택시를 이용하기로 했다.

집 앞에서 운 좋게 택시를 잡은 그녀는 콜 비용을 내지 않음을 기뻐하며 반갑게 택시에 올랐다. 밝은 인사에 택시기사도 기분이 좋았는지 이런저런 질문을 해왔다. 그냥 "네" 라는 의례적인 답을 하며 목적지에 닿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택시기사가 갑자기 신세한탄을 했다.

그러면서 "저녁에 시간되시면 술 한잔 하실래요?"란다. 윤씨는 자신이 택시기사의 말을 잘못 알아들었나 싶어 동그래진 눈으로 기사의 뒤통수와 함께 룸미러에 비친 택시기사의 눈을 쳐다봤다. 답을 기다리는 듯 한 택시기사의 눈초리를 애써 무시하며 차창 밖을 바라보니 다시금 "바쁘신가 봐요?"란다.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네, 바빠요"라고 일침을 가했고, 둘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어디서 밀려오는지 모를 불안감은 안도감으로 변했다.

윤씨는 "지인이 택시이용 중 택시기사로부터 '밥 먹을 사람이 없으니 밥 같이 먹지 않겠느냐'는 말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스갯소리로 여겼었는데 실제로 당하니 어이가 없었다"며 "성희롱을 당한 듯 한 기분에 마음을 다친 것도 사실이지만 그 순간 느낀 것은 무서움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거제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아직 조례상 규정이 없어 행정에서 조치를 취할 방법은 없지만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경찰서에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여성이 택시를 이용할 때 뒷자리를 탑승하는 것이 좋으며 차량번호와 시간대를 확실히 인지해 만일에 있을 불상사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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